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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Nov 02. 2022

북유럽 동료들과 북미 상사의 문화 차이

'겸손'의 밸런스를 맞춰야 할 때

'겸손'의 밸런스를 맞춰야 할 때

예전에 한국에서 근무했을 때 외국인 멤버를 고용하는 면접에 두 번 들어간 적이 있다. 그중 한 번은 북미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캐나다 혹은 미국 둘 중 한 나라의 국적을 가진 백인 남성이었다. 그가 내 머릿속에 남은 이유는 바로 그의 '면접 태도' 때문이었다.


물론 시니어 포지션에 굉장히 유능한 사람을 모셔오는 자리였다지만 그는 너무나 거만해 보였다. 그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바로 "저 페이스북, 구글 본사에서도 오퍼 받았는데, 거절한 사람이에요."였다. 뜬금없이 저 말을 해서 속으로 "저 사람 뭐지? 그럼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의 태도가 이상해 보였고, 무척 자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가 끝난 후 CMO에게 "저분 우리 회사를 오고 싶은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피드백드렸다.


그랬더니 나의 상사는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북미 사람이라 그럴 거야. 겸손이 미덕이 아니거든. 물론 모두가 저렇게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잘하는지 이런 것들을 더 어필하려는 성향이 강해. 몸 값 올리는 방법일 수도 있고.. 그래서 저런 말도 했을 거고."


회사는 결국 그에게 잡오퍼를 주지는 않았지만 내겐 꽤나 인상 깊은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이미 덴마크에서 1년을 살아봤던터라 ‘얀테의 법칙'을 알고 있었고, 북유럽 사람들의 성향과 북미 사람들의 성향이 정 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몇 년이 흘러 현재 덴마크 회사에 입사한 나는 덴마크식으로 근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겸손하게 그리고 말 그대로 나대지 않으리라고. 조화를 잘 이루며 근무를 하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일한 지 어느덧 4주 차. 갑자기 오늘 나의 북미권 상사가 미팅이 끝나고 피드백을 주었다.


"써니, 해줄 말이 있어요. 제가 봤을 때 써니는 이런 부분을 정말 잘하고 뛰어나요. 그래서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봤을 때 이런 점이 강점인데, 왜 이렇게 겸손한 건가요? 사람들에게 내가 더 잘한다고 어필하고, 더 많이 말하고 더 생색내도 괜찮아요! 제가 봤을 땐 써니가 훨씬 더 잘했는데 왜 강력하게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나요?"


내가 잘하는 티를 안내서 아쉬워하는 나의 북미권 상사와는 달리, 나는 오늘 덴마크인 그리고 스웨덴 동료에게 전혀 다른 피드백을 받았다.


"써니는 정말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보면 굉장히 겸손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 같아요. 타인의 말에 끝까지 경청을 정말 잘해주시더라고요. 존중받는 기분이에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물론 상사와 동료가 보는 입장 차이와 기대하는 바가 당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나의 성향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이토록 다를 줄이야. 그래서 느낀 건, 덴마크 회사에서 일해도 상사에 따라 업무 스타일과 성향 차이가 다를 수도 있겠구나를 느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는 사실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예전에 말을 참 많이 했다. 돋보이려고 노력했고, 내가 잘해야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더 열심히 더 잘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그게 좀 진저리가 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고 스스로도 너무 애쓰다 보니 번아웃이 빨리 왔던 것 같다.


늘 ‘함께'보다 '경쟁'이라는 것에 집중되어 살다 보니 못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특별하다고 나섰었나라는 생각도 한다. 이걸 깨닫고 지금의 나는 타인의 말에 더 경청하고, 더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겸손하기 위해서 내 자신을 깎아 내리지는 않는다. 잘한 건 잘했다고 스스로를 아낌없이 칭찬해준다.


또한 해야 할 말은 하지만, 내가 더 잘났다고, 내 의견이 더 옳다고 나서지 않으려고도 노력한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고 설령 내가 잘났다고 해도, 뭣하러 그걸 자랑해야 하는가. 이것도 정답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아무쪼록 상사와 동료 사이에서 '겸손'의 밸런스를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오늘이었다.



얀테의 법칙


-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 비웃지 마라.
- 당신에게 관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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