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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an 16. 2023

퇴사 대신 태도부터 바꾸기로 했다.

나는 평상시 몹시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성향을 띠지만 아주 중요한 순간에선 그 누구보다 이성적인 면모를 띤다. 때때로 인생에 아주 무모한 결정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의 선택 뒤엔 천 번이고 만 번의 고민과 수차례의 결괏값을 계산한 상태였다. 덴마크에서 회사 생활이 곤욕스러워지며 퇴사를 고민할 때도 나는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선택을 했다. 가장 먼저 지금 바로 퇴사할 수 없는 이유를 써 내려갔다. 두 번째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냈다. 왜 무엇 때문에 회사가 싫은지, 퇴사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무엇 때문에 인생에 방향을 잃었다 생각하는지. 그리고 끝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떻게 이 시기를 헤쳐 나갈 것인지. 


결론적으로 나는 퇴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커리어를, 일을 우선으로 두어서가 아니라 나를 덜 사랑하고 아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내 문제점을 파악하니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 눈에 비로소 보여서였다. 결국 내 태도를 바꾸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현실을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다 해보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퇴사를 하고 잠시 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의 건강이니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기


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편과 유림이 이외에 나를 잘 알고, 나를 신뢰해 주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중 한 명은 나의 커리어의 시작점이었던 첫 한국 회사 상사분이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고 나를 처음부터 믿어주고 응원해 주신 분. 내가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너무나 감사한 게 많은 분께 면담을 요청했다. 줌 미팅을 켜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주 차분히 그리고 열심히 나의 말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나를 너무 안타까워하며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써니야,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여태 이룬 것들은 부정하지 말자. 너 참 일 잘했고, 똑똑한 친구야. 그것만은 기억하자. 네가 해낸 것들. 네 마음을 너무 잘 알겠기에 마음이 참 아프면서도 네가 참 대견해. 너는 충분히 이성적으로 잘 판단하고 있어. 너의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너는 신뢰와 인정을 먹고 성장하는 사람이라 그곳에서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주변에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나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이런 상황이고 이래서 힘들다고. 다들 참 열심히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었다. 바로 이전 직장 싱가포르 동료들은 내게 손 편지 엽서를 보내주기도 했고 꾸준히 영상통화를 해서 내가 어떤지 확인을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더 눈물이 났다. 너무나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루는 악몽을 꾸고 울면서 눈을 떴는데, 함께 일했던 싱가포르 동료가 쓴 링크드인 포스트를 보고 또다시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요즘,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함께 했던 그리고 우리 함께 이뤄낸 성과에 대한 글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는 내가 걱정돼서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나서 힘들다고 그리고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와 함께 울어주던 그녀는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렇게 나는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나를 신뢰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했다. 혼자 끙끙 앓고 스스로 작아지는 것보다 힘들다고 털어놓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기에. 그리고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솔직하게 고충을 털어놓고, 너에게 배우고 싶다고 나를 좀 더 많이 가르쳐주고 도와줄 수 있다고 요청했다. 배운다는 자세로 상대가 잘하는 것을 파악한 후 나보다 경력이 적던, 나이가 적든 간에 무엇이든지 배우겠다는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몇 동료는 이후로 나를 더 신경 써주고 챙겨주기 시작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기


내가 맡은 업무가 너무나 쓸데없고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쭉 해왔다. 내게 주어진 업무가 너무나 의미가 없어 보였고 나는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더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아주 사소한 것만 내게 맡겨지는 것이 속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건방진 행동이자 태도라는 것을 인지했다. 세상에 필요 없고 쓸데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분명 도움이 되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잡무일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바를 열심히 최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언정. 내가 맡은 거는 정말 그 누구보다 최고로, 잘 해내자는 다짐을 하고 난 후 내가 하는 업무가 전혀 사소하거나 쓸모없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장점을 찾아보기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며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첫 번째로 나는 네임밸류를 얻었다.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또 증명했다는 점이다. 내가 큰 기업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 가장 부족한 인내심과 내려놓음 즉 스트레스 매니징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고비를 잘 견디면 나는 또 무한한 성장을 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문제들 속에서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큰 조직에서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처음으로 겪는 것이며 무엇보다 이곳에서 만난 동료들이 나의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나를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이다. 내가 큰 기업에 와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늘 갈망만 했을 것이다. 직접 와보고 부딪혀보니 어떤 점이 다른지 나와 맞지 않는지를 겪었다는 것. 도전을 했다는 증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나를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상사 때문에 참 힘들어서 고민이 많았다. 나만 이런 걸까. 나와 저 사람이 맞지 않는 걸까? 아니면 저 사람이 내가 싫은 걸까? 하지만 알고 보니 나의 상사와 일했던 4명의 사람들이 1년 안에 부서를 이동했고 2명이 퇴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부서를 이동한 한 동료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어떤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토닥여주었다. 즉 나만 유난한 게 아니라는 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상사와 면담을 하기로.


상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이런 부분이 힘들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이곳에 맞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놀랍게도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어서 고맙다고 답변을 했다. 여태 자기와 일한 사람들 중 이렇게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녀도 그럴 것이 일을 참 잘하지만 주변 평판이 좋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을 것으로 보였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그녀는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여태 내가 했던 경험들과 나의 장점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만약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부서에 공고가 나면 그 팀에 추천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나 홀로 만족하지 못했을 뿐..


다른 곳에 열정을 쏟기


어쩌면 내가 커리어에 목을 매었던 건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데만 집중을 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커리어로 그걸 메꾸려고 했고 일 이외에 또 다른 관심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정말 커리어가 전부라면 나는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편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취향을 찾자고. 또 다른 열정을 찾고 가족을 우선으로 두 자고. 그러려고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니까. 다만 또 언젠가 나의 열정과 시간을 받치고 싶은 일, 혹은 직업이 생긴다면 그때 다시 달려보자고. 지금은 그냥 일을 일로 받아들이는데 집중을 하고 마음을 내려놓자고. 


이렇게 나는 또다시 살아갈, 헤쳐나갈 방법을 찾았다. 자기 인식을 했고 일시적 해결 방법을 찾았으니 앞으로 내게 남은 건 또 다른 도전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또 노력을 하다가도 안될 것 같으면 그때 나는 과감히 나의 행복을 위해 퇴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무엇이 가장 후회될 것 같은지 고민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딱 하나였다.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 그 이외에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모든 것을 이루었고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는 매년, 매 순간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 잠깐은 쉬어가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나는 생각보다 무척 강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나를 응원하고, 힘들고 슬픈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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