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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Sep 26. 2023

2세를 맞이할 준비

부모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인생의 동반자와 총 9년을 함께하다 보니 당연히 2세에 관한 이야기를 수 없이 하게 되었다. 결혼 전부터 우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왔다.


나는 애초 아이들을 몹시 좋아해서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빨리 아기를 낳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과는 달리 우리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결혼을 한 지 3년이 지났으니 이제 슬슬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어 하는 가족들. 그리고 특히 엄마는 내게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라며 은근 겁을 주셨다.


사실 나와 남편은 지금까지 딩크로 살 생각이었다. 아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과연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너무 커서 그랬다.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세상에 나쁜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우리는 일단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주변에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써니야, 부모가 되는데 준비가 완벽히 될 수가 없어. 불가능해.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모두. “


그들의 말에 공감했다. 대체 누가, 혹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린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생명을 만들어 이 세상에 데려오는 일인데 그냥 무작정 나이가 찼으니, 내 신체적 나이에 제한이 걸려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세상의 전부가 되고 부모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 하나가 그 아이의 평생의 인격과 성격을 만들어 낸다. 남편도 나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환경과 가정교육의 영향을 받고 자라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사히 두 부모님 모두 무탈 없이 우리를 건강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해 주셨지만,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마음속 숨겨둔 작은 어린아이가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단히 우리를 괴롭히는 트라우마와 결핍을 보며 우리는 더더욱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회피해 왔다.


그런데 점차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니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다만 때가 언제일지 모르고 언제가 적당한지 생각만 하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우리를 닮은 아이를 만나고 싶고, 이 멋진 큰 세상을 나누고 싶고 부모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우리도 느끼고 싶다고. 어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도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대가족을 원하는 우리에겐 정말 많은 시간이 없다는 것 또한 인정했다.


우리의 걱정처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100% 완벽하게 흠집 하나 없이 육아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그리고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아마 건강이

아닐까 싶다. 좀 더 건강한 몸으로 임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 한 번도 살을 빼기 위한 큰 동기부여가 생기질 않았는데, 임신과 출산을 고려하면서 내 몸에 책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나는 호르몬 문제가 있어서 현재 임신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어 더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 1년 간, 살을 빼고 건강해지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나와의 약속이고 우리에게 어쩌면 찾아올 아이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남편과 나는 서로의 깊은 마음속 숨어 있는 어린아이를 끄집어내고 치유를 하고자 한다. 무의식 중에 나오는 우리의 방어기제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생긴 것이라는 것을 안다. 특정 행동을 분석하고, 우리가 왜 이러는지 지속적으로 알아가기로 했다.


동시에 틈틈이 미리 육아 관련 지식을 쌓기로 했다. 물론 실전 육아와는 무척 다르겠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1년 반을 잡았다. 어차피 경제적인 부분은 단기간에 준비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할 수 있는 부분에 큰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부모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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