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배우고 익혀야할 기술이다.
매일 밤 우리는 잠들기 전, 침대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했던 것 3가지가 뭐였어?"
그러면 우리는 행복한 기억을 더듬으며 매일 느낀 행복 포인트 3가지를 공유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내가 집에 왔는데, 당신이 빨래를 해놔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혹은
"회사에서 점심이 정말 맛있었어."
이런 정말 생활에 소소하고 사소한 행복함을 서로 공유한다.
우리가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남편의 덴마크인 상사댁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매일 밤 취침 전, 오늘 하루 가장 행복했던 것 3가지를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하셨다. 그럼 자연스레 아이들은 잠이 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잠이 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너무나 인상 깊어서 이건 아이뿐만 아니라 커플에게도 너무나 좋을 것 같단 생각으로 실천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늘 매일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고 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종, 국적, 성장배경, 문화, 언어 그리고 심지어 취향과 사랑의 언어 등 달라도 너무 모두 다른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서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다.
남편은 나와 달리 몹시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의 성향에 맞게 학습이 가능한 언어와 문화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나를 더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그는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독학했고, 나의 뿌리이자 정체성을 알기 위해 한국 역사를 공부한다. 또 함께 나의 문화를 소비하며 나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들, 즉 강점인 부분을 찾아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해오고 있는 그의 노력이다.
반면 내가 집중하여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그와 다른 영역이다.
나는 어떤 것을 책으로만 학습하여 외우는 것보다 경험에서 얻는 것이 잘 맞는 사람이다. 남편과 달리 몹시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홀로 심리 관련 서적을 읽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심리학 책을 읽다 보면 남편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혹은 마음속에 어떤 어린아이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은 감정표현이 풍부하지 않아서 항상 기분이 좋지 않은 일 혹은 속상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무조건적으로 '짜증나'라고 한다. 그런데 김혜남박사님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다가 문득 남편이 떠올라 이런 질문을 했다.
나: "나는 어릴 때 울면 엄마가 왜 우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인지 물어봤던 것 같아. 당신은 어땠어?"
남편: "우리 부모님은 무조건 그냥 울지 말라고 뚝 그치라고 했었던 것 같아."
남편의 답을 듣고 왜 남편의 감정 표현과 어휘력이 제한되어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유년기 시절, 아이는 부모와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수많은 감정이 있음을 알게 되고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부모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하면 감정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 결과 어떤 것이 우울함인지, 불안감인지 혹은 속상함인지 구분을 할 줄 모르는 채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즉 나의 남편은 본인의 감정을 몰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도 남편에게 왜 그냥 짜증 난다고만 하느냐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에게 다양한 감정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낀 것들을 마치 글로 풀듯이 그에게 나는 이런 면에서 속상했고, 억울했고, 황당했으며, 아쉬웠고 혹은 마음에 홍수가 난 것 같다는 표현들을 말이다.
또 다른 노력으로는 남편의 '사랑의 언어'와 '방어 기제'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애정 혹은 사랑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5가지 언어가 있다고 한다.
1. 인정하는 말 (Words of Affirmation)
2. 함께하는 시간 (Quality time)
3. 선물 (Gift)
4. 봉사 (Acts of service)
5. 스킨십 (Physical touch)
그중 나의 남편의 사랑의 언어 1순위는 바로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냥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을 뜻한다. 운동선수였던 그의 가장 큰 취미는 스포츠라서 그를 위해 수영과 암벽등반 그리고 스키를 배웠다. 그리고 거의 매일 함께 20km씩 자전거 라이딩을 가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그를 조금 더 심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반대로 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이해한 후, 그에게 나를 설명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원한다고 표현한다. 그렇다 보니 나도 나 스스로가 누구인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남편 덕분에 나도 나를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도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언어와 인종 그리고 문화가 다른 커플일수록 그 난이도가 더 높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때때로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거의 10년을 함께 해왔지만 아직도 서로를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의 말대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둘이 만나 서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있다. 사랑을 위해 변하고,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