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만나, 런던에서 연애를 시작하다.

국제연애,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by Sunny Choi 메덴코
어차피 난 포르투갈로 떠날 거니까


2015년, 9월 휴가 끝 내 눈앞에 나타난 뉴페이스. 그리고 그와 이렇게 오래 연애를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무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혼을 약속하면서 까지.


어차피 나는 1년이란 시간을 채우고, 덴마크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 후에 포르투갈에서 3개월의 일정이 있었다. 그다음엔 인도로 돌아갈지, 또는 스웨덴으로 갈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짝꿍을 처음 알게 된 건 9월이지만, 지속적으로 썸을 타다가 정식으로 연애를 하게 된 건 12월 중순이었다. 나는 원래 1월에 떠날 예정이었다. 늘 꿈에 그리던 포르투갈을 드디어 갈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떴던 나인데, 그 모든 게 그를 만나며 변했다.



"왜 저렇게 차가워 사람이? 얼음이야?

요정 같이 생겨서 그런가.."


처음 내가 그를 봤을 땐, 요정 같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덴마크 사람들처럼 친절이 배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나의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차갑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누구보다 조용한 사람이 그였다. 모든 사람과 대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그를 보며, 처음엔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 또 동시에 너무 어두워 보인 다고 생각했다. 뭔가 슬퍼 보이기도 한 눈빛(?) 나는 그를 너무 유심히 보았나 보다.


근데 자꾸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부러 자꾸 말도 걸어보고, 웃어보기도 하고 세상 살면서 그렇게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적이 없었다. 이성적으로 떠나 그냥 뭔가 그의 차가움 속에 매력이 묻어났달까?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사람. 막상 친해지면 또 엄청 자상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먼저 일단 그냥 인사라도 하는 동료 사이가 되고 싶었다.


그땐 유난히 밝았던 나 인지라, 늘 웃고 다녔고 말이 참 많았다. 그런 나와 그가 진짜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치 빠른 내가 뭔가 다름을 느꼈다.


아니, 글쎄 내가 일하다가 고개를 휙 돌렸는데, 걔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니까?


내가 착각하거나 오해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번이 아니었다! 종종 자꾸 나를 누가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뒤를 돌면 나와 눈이 마주치고 휙 고개를 돌리는 그가 수상했다. 그게 진짜 썸의 시작이었다. 그 후, 처음으로 그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몇 살인지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서로의 대한 호감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나랑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니! 그때부터 일이 끝나고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일도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정이 들고 있었고, 알면 알아갈수록 웃음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편지를 남기고 덴마크를 떠날 예정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편지.


"나는, 너를 좋아했어! 잘 지내렴! 난 떠난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썸을 타고 있을 무렵. 그 누구도 이 연애가 진지해질 줄 몰랐던 그때, 런던이 우리를 불렀다. 그냥 갑자기 일을 너무나도 하기 싫은 날, 점심시간에 밥을 함께 먹다가 장난으로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런던아이 앞에서 시작된 연애


미쳐도 단단히 미친 나, 그리고 내가 진짜로 미친 줄은 몰랐던 그와 나는 일이 끝나고 다음날인 새벽 3시에 공항에서 만났다. 일하다 도중에 런던에 가는 티켓을 질러버렸기 때문. 짝꿍은 장난 삼아한 말이었고, 나는 뭐 원래 앞뒤 안 가리고 사는 사람인지라 그래! 질러보자! 이렇게 갑자기 분위기가 런던이 되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런던 가는 티켓은 왕복 10만 원 안팎이다)


그렇게,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갑자기 런던에 와 버렸다. 얼떨결에 와 버린 런던에서 덜컥 겁이 났다. 괜한 추억만 만들어서 더 나중에 마음만 아프려고 내가 작정을 했구나! 그만 미쳐라 써니야!라고 외치며 속으로 내심 걱정을 했다. 뭐든지 감정에 있어 티가 나는 사람인지라 속으로만 그 감정을 가지고 있기엔 힘들었다. 그냥 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해버리고 깔끔하게 이 자리에서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서로 장난치다가 현실이 되어 여기까지 와버리긴 했지만. 나는 정말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정도 쉽게 들고, 어차피 떠날 사람이거든. 나는 그동안 너를 좋아했어. 그리고 떠나기 전에 한 번은 이야기하려고 했어. 여기까지 와서 괜한 추억 만들고 나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 그러니 지금 여기서 인사하고 오늘 따로 덴마크 돌아가자."


그렇게 런던 아이 앞, 공사중인 빅벤을 옆에 두고 솔직하게 마음에 있던 말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예상했던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내게 정중히 손을 잡아도 되냐며 물어본 후 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여태 혹시라도 문화적, 종교적으로 보수적일 수도 있다고 고려했던 그는 이 전날까지 내게 어떠한 스킨십도 하지 않았고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숨겨졌던(?) 진심과 마음에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고, 그게 짝꿍과 나의 공식적인 연애가 시작된 날이었다.


그렇게 덴마크에서 만난 라트비아 남자와 한국 여자는, 영국 런던에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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