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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un 01. 2019

장거리 국제커플의 연애법

랜선 데이트도 데이트니까!

미안 이번 주말은 나 약속이 있어서..

어차피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짝꿍에게 이번 주말은 약속이 있다고 왜 말을 하냐고 친구가 물었다. 다른 커플들처럼 매일, 매주 만날 수도 없는 사이인데 대체 어떻게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언제 가장 그가 그리운지 대한 질문도 받았다.


데이트는 오직 만나서만 해야 한다는 개념을 깬 지 오래였다. 이미 4년 차 커플인 우리에게 어쩌면 랜선 연애는 우리에게 당연하게 남아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8-9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기에 평일은 너무나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내가 일어날 때 그는 잠이 들고 내가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근무를 시작하는 순간 그가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매일 연락을 하고, 서로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을까? 과연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주 5일 활용법


평일엔 사실 길게 이야기를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짝꿍도 나도 회의가 많은 편에 일에 집중하면 서로에게 시간을 쏟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 함께 이해하고 존중해주려고 한다. 그래도 일단 각자 서로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쌩얼+부은 모습 그 자체 셀카를 서로에게 보낸다. 그리곤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내주고 회사에 간다. 그리고 가끔 생각이 나면 종종 보고 싶단 말을 보내주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끝났다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공유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집에 도착했다는 셀카도 하나씩 서로 보내주고..


다행히 그는 근무환경이 나보다 훨씬 자유로워서 내가 보고 싶다고 하거나 서로 힘든 날이 있을 땐 내가 퇴근할 때쯤 그도 퇴근을 한다. 그리곤 서로를 달래주고, 영상 통화를 켜놓은 채로 나는 잠이 들고 그는 집에서 나머지 업무를 마치는 패턴을 반복한다.


회식이나 약속이 많은 나의 경우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올지언정 그에게 꼭 영상통화를 한 번쯤은 하고 잠이 드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게 바로 롱디 커플만의 데이트 방법이다.



주말을 함께 보내는 방법


나와 짝꿍은 주말 동안 영상통화를 틀어놓고 하루 반나절을 함께 보낸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의 이유는 일단 내가 먼저 눈을 뜨고 오전과 오후를 모두 홀로 시간을 보낸다.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거나, 공부를 하거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의 삶을 즐기고 집에 돌아오면 그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그럼 그는 그의 하루 일과를 나와 함께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영상통화를 틀어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시청한다. 나는 내 노트북으로 그는 그의 노트북으로 틀어놓고 핸드폰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하나, 둘, 셋!"이라고 외친 후 함께 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지난 한 주는 어떻게 보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밀렸던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어떠한 일정이 있는지도 함께 체크를 한다. 그렇게 함께 2시간 정도를 보낸 후 각자 저녁 또는 점심 식사를 하며 통화를 하고 그는 일을 하거나 게임을 하고 나는 글을 쓴다.


한국에 밤이 찾아오면, 나는 영상 통화를 틀어놓은 채로 잠이 들고 그는 그의 일과를 시작한다. 내가 잠이 온전히 들었을 때쯤 그는 덴마크에서의 그의 반나절을 보내게 된다. 운동을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등등..


그렇다 보니 나는 되도록이면 주말에 점심 약속을 잡는다. 중요한 일이 아닐 경우는 저녁 시간은 항상 그와 나의 데이트를 위해 시간을 비우고 대부분 집에 있게 된다.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익숙해지기도 했고 연애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노력도 없이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싶다.


별로 대단하지 않아요


친구들과 주변인들에게 우리의 데이트 방식을 이야기하면 굉장히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주곤 한다. 외롭진 않은지, 만약 서로 의심을 하게 되면 어떡하냐는 둥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막상 해보니 진짜 별거 아니란 것을 알았다. 오히려 매일 보지 않아서 더 보고 싶은 사람이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오직 그와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은 추후에도 없기 때문.


물론 가장 서로 보고 싶을 때는? 사실 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무 때나 미치게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더더욱이 기념일 같은 날이 가장 힘든 날이 아닐까 싶다. 나의 생일, 짝꿍의 생일 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럴 땐 혼자 있는 게 얼마나 서럽던지 참 많이도 울었다. 이번 연도도 아쉽게 그의 생일을 함께 할 수 없어 눈물바다 되겠지만 곧 있으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이번만 다시 한번 참기로 했다.


롱디는 분명히 쉽지 않다. 사실 익숙해졌다고 말해도 절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보고 싶고, 하루 일과를 눈 앞에서 공유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육체적으로 함께 하는 것보다도 정신적으로 정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훨씬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보다 멀리 있어도 정신적으로 한 마음으로 나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그 축복을 받았다.


이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이 모든 랜선 연애가 한 때의 그리운 추억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오늘도 랜선 연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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