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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Sep 28. 2019

네가 배타미 같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20편: 짝꿍이 내게 인생의 중심을 '일'로 두지 말라고 충고해주었다.

일은 단지 '일'뿐이야.
왜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의미를 부여해?


마치 본인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것 마냥 그가 내게 말했다.





짝꿍이 인도네시아에 온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그는 매일 집에서 재택근무를 나는 출근을 하고 퇴근을 반복한다. 집에 오면 매일 녹초가 되어 있는 나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짝꿍은, 이 심심한 도시 '자카르타'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함께 '한국 드라마' 시청.


가장 최근은 아니지만, 한 두 달 전 함께 보았던 드라마 검블유를 보며 그는 내게 물었다.

드라마이지만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일에 미쳐 사냐고, 일이 마치 인생에 전부인 양 그리 보인다고.  내가 '배타미' 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예전에 미생을 보며 엉엉 울던 나를 전혀 이해 못했던 그때의 그가 떠오른다)



나는 최근 3.6.9의 '3'년 차 슬럼프 및 인도네시아 생활 3개월 차가 되었고, 회사일로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스트레스받아하는 내게 짝꿍이 이렇게 말했다.


"써니, 우린 지금 함께 살고 있잖아. 행복하잖아. 우리의 인생이야 드디어 우린 함께 살게 되었는데 뭐가 문제야? 너랑 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까짓 것 그냥 일이야! 회사는 회사야! 그게 다야. 너의 인생을 살아주지 않아. 회사 끝나고 집에 와서 또 일 이야기를 해야 해? 그렇게 걱정해야 하고 생각해야 해?"


한편으로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곤 내가 반문했다.


"너는 왜 일을 해? 너는 꿈이 뭔데? 너의 커리어 중요하지 않아? 너의 하루 반나절을 일을 하고 사는데 일이, 회사가 너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이것도 너의 인생의 일부잖아. "


짝꿍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일에 대해 시간을 투자하고, 일에 더 몰두하며 훨씬 더 인정받는 위치에 있다. 나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일'을 정말 '일'로서 본다는 것. 철저히 회사를 회사로만 바라본다는 것. 전혀 사소한 자질구레한 감정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절대 일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지 않다는 것.


어쩌면 그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라, 또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 차이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엔 그런 단순한 그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이상해 보인다.


무엇이 옳고 틀리다고 가름할 수 없는, 개개인의 성향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요즘은 나와 다른 그의 성향, 문화 그리고 가치관이 너무나도 부럽다.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가적인 것에 대한 감정소비가 없다는 것과 주변 모두가 '프로'라는 것. 그리고 언제든 생각을 꺼버릴 수 있는 그만의 '스위치'가 있다는 것.


분명 둘 다 3년 차인데, 왜 나보다 그는 더 성장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어떻게 그렇게 감정소비, 많은 걱정과 문제가 없이도 그는 업무를 할 수 있을까?


그는 내게 오늘도 다시 한번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었다.


"일이 인생에 중심이면, 너는 일과 결혼을 하는 게 맞아. 아니면 직접 회사를 차려! 근데 그럼 내 생각, 우리 생각은 언제 할래?"






(그래도 내게 배타미는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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