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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Jul 10. 2019

나쁜 팀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계기는 바로, 그저 팀원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출장을 두 번째 왔을 때 알았다. 이 친구들은 내가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들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진심을 나누어주길 바랐고 이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그들과 한 약속을 지키겠단 그 이유 하나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 일본 그 외의 국가들보다도 더 크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믿었고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들의 열정을 더 불태워주고 싶었고 나의 열정까지 합쳐지면 무한한 가능성을 보일 거라 믿었다.



나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게 날 것 같아



짝꿍에게 얼마 전 이런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더 이상 나를 보호해주고 리드해주고 잘못되면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친구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고 내가 받은 모든 것들을 돌려줄 차례이자 내게 의지를 해야 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그냥 동료가 아닌,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명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가끔 일이 미친 듯이 많아지거나 또 다른 일이 발생하면 나는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지는데 친구들에게 프로페셔널하지 않게 보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고 갑자기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친구 하나 없는, 의지할 곳 없는 내가 이들과 마저 거리를 두어야 한다니..


내가 본 나의 상사는 지난 3년 간 늘 그랬다. 엄청 팀원들과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그런 거리가 있었다. 분명 우리에게 다 공유해주고 솔직한 것 같지만 무언가 모를 그의 무거운 어깨가 생각나기 시작했고 나도 그런 상황이자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깨달았다.


한국에서처럼 팀원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니, 친구들이 버거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한참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자 경험이 부족한 것일까도 생각하였지만 문화적으로도 이곳의 자율성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라는 것을 느꼈다. 기본적인 상식적인 행동과 태도가 사라질 때마다 나는 흔한 말로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그건 틀린 거야 다른 문화가 아니야. 이건 어디 가서 그렇게 행동해도 안 되는 노릇이야."



다국적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시작된 기업이니 한국을 따르라고 하지 않을뿐더러,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경영진 그 누구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도 없을뿐더러 말이다. 다만 서로에게 있는 장점은 공유하고 배우며 개인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배우고 고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짚어주기 시작했다.


오해가 생기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틀리거나 이해를 잘 못한 것 같으면 사과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자유로운 의사소통 환경이 점점 더 이 친구들이 호의와 권리를 자꾸 혼동한다고 느껴진달까? 가끔은 순수하다고 느끼다가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곤 하여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하고 나면 나도 참 뒤통수가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적은 인원에 가깝게 지낸다고 한 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내가 마음에 들 리가 있을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런 태도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 내가 꼰대라면 그냥 나는 꼰대가 되기로 했다. 요즘 생겨난 많은 일화들 중에 하나를 들자면,




블루투스 헤드셋도 사다 줘




얼마 전 한 디자이너 친구의 노트북이 거의 반쯤 고장 나, 새로 구매를 해야 한다며 재무팀에 요청을 했다. 그리고 내가 들어와서 부족해진 듀얼 모니터 하나를 더 구매하게 되어 쇼핑몰에 갔다. 갑자기 그 디자이너 친구가 내게 문자를 하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써니한테 블루투스 헤드셋도 사다 달라고 해줘"


황당한 나는..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친구는 갑자기 왜 이런 걸 말하는 거래?라고 물어보니, 본인이 하나 필요하니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자 우리가 지금 구매하는 이유는 '일'을 위한 용도이고, 재무팀에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결재를 받은 건이라 구매가 가능한 것일 뿐. 이렇게 무턱대고 필요하다고 사다 주고 사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었다. 분명 매일 내가 아침 스크럼마다 '지결서'를 언급하는데 모를 리가 없는데 내가 매일 재무팀과 씨름을 하는 걸 한 달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필요한 모든 걸 갑자기 그렇게 지급한다고 생각하는 그 친구의 논리에 잠깐 당황스러웠다.



"XXXXXX야, 내가 다시 한번 설명해줄게. 네가 일 할 때 헤드셋이 필요한 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너도 인정하니? 일하는 환경이 너무 시끄럽다면 한 번 건의해보는 건 어떨까? 말소리를 조금 더 줄이자던지.. 그런 거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해서, 너희가 내게 말하는 모든 것들이 뚝딱하고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는 지금 회사에 다니는 거잖아. 모든 것에 결재가 필요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 이건 네가 몰랐던 것 같아서 이야기 다시 해주는 거야. 네가 한 행동은 실례였어. 물론 몰라서 그랬겠지만, 앞으로 주의해줄래?"



이런 식으로 듣기 싫은 말을 매일 하는 못된, 나쁜 팀장이 되어가는 나의 하루하루다. 물론 이런 나의 지적을 고마워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해달라고 해주는 친구도 있는가 반면에, 나의 지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사실 나도 참 부족하고 배워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내가 이 친구들에게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자리가 자리이니, 이런 역할을 맡을 수밖에.

그냥 악역을 앞으로도 도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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