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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Oct 23. 2019

'우리'라는 표현에 꽂힌 라트비아 남자

번외: 마법의 표현을 선물 받았다.

우리 마음이 괜찮아
우리 마음이 있어
우리 마음이 중요해


짝꿍(남자 친구)이 인도네시아에 오고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아파서 골골되곤 한다.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에겐 아직 적응하기 힘든 곳인가 보다.


그런 그가 아플 때마다 속상하고 미안해서 대신 아프고 싶단 생각이 들면서 나 때문에 이 미지의 나라까지 따라온 그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그냥 장거리를 계속 유지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고작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옆에 있어주는 것과 차가운 수건을 이마에 놓아주는 것뿐.

그리고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 "미안해".


그러자 그가 내게 아픈 와중에 미소를 지으며 한국어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마음이 괜찮아. 그래서 다 괜찮아"


처음엔 뭐라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말했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우리의 마음은 아프지 않고 커넥티드(연결)되어 있어서 괜찮다고.


그 말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그런 내 모습이 좋았는지 종종 그가 "우리 마음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우리'라는 단어에 꽂혀, 많은 것들에 우리라는 표현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왜 너의 것을 우리 것이라고 표현하냐 묻더니(예를 들면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를 붙인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짝꿍.


하루 일과에 지치거나 어떤 좋지 않은 상황이 닥쳐와도 그가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우리 마음이 같이 있어
그러면 다 괜찮아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안정이 된다. 그리고 그의 진심과 사랑을 더더욱 느끼는 계기가 된다. 내겐 인생에 중요한 요소가 참 많은 것에 비해, 그에겐 정말 우리의 마음이 1순위이구나를 격하게 느끼게 되는데 그 후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사는지 왜 이리 욕심이 많은지 왜 중요한 요소가 너무나도 넘쳐나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지. 그의 말 한마디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사랑을 느끼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된다.




"우리 마음이 똑같아.

우리 마음이 같이. 그래서 다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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