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솔 Feb 10. 2024

설 인사

    불행과 불의를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저는 무작위로 찾아오면 불행, 권력관계에 따른 인과가 있으면 불의로 부릅니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도 불행과 불의가 많이 뒤섞인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던 찰나 맞이한 바람이라서 일까요? 올해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까요? 질문에 소망을 담으며 다시 한 걸음 내딛을 힘을 챙겨 봅니다.


    "해피 뉴 이어"라며 신년인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한 번 새해를 맞이하고 있네요. 누구는 원가족을, 누구는 배우자의 가족을, 누구는 애인이나 친구를 만나겠지요. 아무도 만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어떤 가족은 차례를 지내고, 어떤 가족은 교회나 성당에 가고, 어떤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갈지도 모릅니다.


    매년 차례를 챙기던 한 친구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차례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직접 없애버리셨대요. 친구도, 친구의 엄마도, 저도, 할머니가 없앤 것이 전통이 아니라 악습이라는 데 동의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친구의 집이 특이한 사례는 아닙니다. 최근엔 제사나 차례가 많이 사라졌다고 해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죠. 그럼에도 아직 명절이 모두에게 쉼은 아닐 거예요. 꼭 차례가 문제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원가족이 등 비빌 언덕은 아닐 테니까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저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처럼, 만날 가족이 없어서 괴로운 사람만큼 가족을 만나서 괴로운 사람도 많을 겁니다. 누군가에겐 명절이 불행과 불의가 뒤섞인 시간일지 몰라요.


    그래도 새해니까,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만남과 불의 없는 집을 소망해 봅니다. 누구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쉼 있는 시간을 바랍니다. 모두 안온하고 평등한 명절 보내세요!




*레프 톨스토이(1876), 안나 카레니나

매거진의 이전글 실연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