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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Apr 16. 2024

짧은 애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목숨과 국가에 대한 기초 신뢰를 앗아갔다.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서 애도할 수 없는 죽음은 국민 주권의 훼손으로 이어졌다(김홍중, 2015). 자각했든 못했든 모두가 그랬다. 그런 상실이었다.


    촛불은 그 상실과 훼손을 정치적 힘으로 승화했으나, 안전 국가라는 명제는 아직 아득하다. 상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무뎌졌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익숙하다고 괜찮지는 않다.


    참사 위에 다른 참사가, 재난 뒤에 다른 재난이. 불행과 불의가 뒤섞인 날들이 늘어났다. 그런 날에는 상실이 서늘하게 지나갔다. 아니다. 상실은 지나가지 않으니 생겨났다는 말이 맞다. 서늘한 자리가 늘었다. 먹먹함으로도 데워지지 않았다.


    잊지 않는다는 말들이 떠다닌다. 떠다니는 말을 붙잡고 실체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계속 나아갈 수 있겠지. 나아감이 때로는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더라도, 그렇지 않다.




참고 문헌  김홍중(2015), 마음의 부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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