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고찰
20대의 나는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알바를 할 때 사장님이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을 가보라고 했을 때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마음까지 동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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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시작하게 된 까닭? 그리고 첫 여행
취업 기념으로 형과 함께 일본을 다녀온 후 처음 혼자서 먼 길을 떠난 것은 서른이 되어서였다.
이것도 여행에 대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서른이 되었으니 뭐라도, 그동안 해보지 못한 뭐라도 해보자는 심리가 컸다. 이런 생각으로 접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여행이었다.
때는 여름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여행을 포기할까 생각도 잠깐 했었다.
그렇게 무거운 걸음으로 떠났지만 눈부신 부산 날씨가 떠나길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바로 바다 근처로 가서 구경을 하다가 문득 머릿속에 어떤 사실이 떠올랐다.
"세상에. 나 부산이 처음이네.. 그동안 뭘 하고 살았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이 첫 여행이 여행을 다니게 된 시발점은 아니었다.
막연하긴 했으나 예전부터 지구에서 태어난 김에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했었다. 실천을 안 하고 있었을 뿐. 그런 마음이 어느 순간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한 건 아닐까 한다.
확실한 건, 이 첫 여행으로 혼자서 하는 여행의 두려운 그늘이 많이 걷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해 연말에는 혼자서 정동진으로 일출을 보러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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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영향을 준 여행
이후에도 해외여행을 가긴 했으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약 한 달간 혼자서 다녀온 유럽여행이었다.
우리나라를 떠나 정말 먼 곳으로 가는 것은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저 높은 곳에서 내가 살았던 환경을 되돌아보는 기분이었다.
그 나라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이 나라의 제도는 왜 이렇게 되어있을까?
우리나라는 왜 그렇지 않지?
이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한글의 자부심도 느끼고 돌아왔다.
이 여행을 마치고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나의 여행 스타일이었다.
예를 들면 호기심이 있는 편이라 여기저기 다 둘러봐야 한다던지,
박물관, 교회, 미술관보다는 자연경관, 문화, 여행지의 특성에 관심이 더 많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현지화되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맞지 않는 코스는 과감하게 스킵하게 되었다.
여행은 자신을 알게 해 준다는 말은 아마도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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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효과?
개발자인 나는 오래 앉아있는다고 좋은 솔루션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일어나서 산책을 가는 경우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럴 때 생각이 정리되거나 좋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가끔씩은 뇌에게 신선한 경험을 넣어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여행만큼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사람, 화폐, 문화, 풍경..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나를 둘러싸고 뇌는 적응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들어오는 입력은 나중에 아이디어를 내거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영감을 준다고 어느 순간 믿게 되었다.
앞으로도 여행은 계속된다.
마치 롤플레잉을 하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는 마음으로 그렇게
덧.
출장 왔는데 생각보다 심심해서 글을 써봤다.
이곳에는 오늘 눈이 참 많이 왔다. 올해는 눈을 많이 볼 운명인가 보다.
얼마 전 다녀온 곳의 사진을 넣어보기로 했다.
#30대남자 #여행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