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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knight Dec 26. 2023

애완견의 시대

그리고 인간.

뉴스에 유모차보다 개모차(개들이 타는 유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생각해 보니 주변에서 애완견을 많이 키우는 것이 체감된다.


솔직히 말해야겠다.

나는 이제 개를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개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밀도 높게 모여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간에서 개를 키우는 걸 싫어한다.

어쩌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사는 곳까지 개가 영역을 확장했단말인가!


괜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의 경험이 있으니 들어주길 바란다.

나도 어릴 적엔 시골에서 강아지들과 신나게 놀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겠다.


가장 크게 겪는 불편함은 역시 소음이다.

전에 살던 오피스텔은 바로 위층이 번갈아가면서 진상(?)들이 살았는데,

새벽에 노래를 부른다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거나 했다.

마지막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었다.

분명 내가 맺은 계약서에는 애완동물은 안된다고 적혀있는데, 

엘리베이터 안내문에서도 금지라고 본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집안으로 들여 기어이 키워내는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집주인에게 이야기를 했으나 계약 기간이 거의 끝나가서인지 별다른 피드백은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사를 왔는데 이번에는 옆집에 개가 산다.

노인분들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새벽부터 짖어댄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한때는 나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개가 짖고 사람도 짖는다. 개판이로구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개주인과 마주친 적이 있다.

나의 침실과 상대방 거실이 붙어있어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으니, 

개를 다른 방으로 옮기면 어떻겠느냐 제안까지 했다. 

물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산책길을 가끔 방해하는 것도 불편하다.

개들이 인사를 나누느라 길을 막는 동안 나는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큰 개들을 몇 마리씩 태우는 것은 또 어떤가.

음식점에 떡하니 앉아서 겸상하는 개들을 보면,

내가 먹을 음식에 털이라도 날리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혹시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내 옷에 개털이 묻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여기저기 영역표시로 소변을 갈기는 건 또 어떤가.


시도 때도 없는 개들의 습격에 오히려 인간이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된 건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개로 인한 불편은 누구의 문제인가.

개는 원래 그런 동물이었다. 

시끄럽게 짖고, 여기저기 영역표시를 하고, 뛰어다니길 좋아한다.

책임을 묻자면, 굳이 그런 동물을 사람들이 촘촘히 모여사는 공간으로 데려온 인간의 이기심에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기심이라 따져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사방팔방으로 유행이 되었으니 되려 문제 삼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시끄럽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은 아직 피해자에게 있긴 하다마는.


온통 개판인 세상에서 개를 키우지 않는 자의 불편한 말이 얼마나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써보고 싶었다. 개판인 세상이 개불편한 인간도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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