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욜로가 꿈인 당신이 아이를 낳아도 되는 이유
문제의 작품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가 출판된 2008년 10월,
나는 첫 아이를 출산했다.
걸어다니는 젖병이 되지 마라. 아이는 천성적인 악동이며 자본주의의의 둘도 없는친구이다.(한마디로 비싸다).아이는 젊은 시절의 꿈을 산산히 부서뜨린다.
거침없는 조언이 담긴 이 책은 3월에 출판 되었고, 그때 쯤 나는 돌이킬수 없는 입덧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를 애딸린 전업주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코린 마이에르가 조금더 일찍 책을 쓰거나, 이주영 번역가가 골방에서 좀더 번역에 매진했어야 했다.
이 시대에 아이를 낳는 다는 한가지 만으로 한걸음 뒤떨어진 느낌이다.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혼자 커다란 무전기를 수신하고 있는 기분이며
봄옷이 가득한 백화점에서 혼자 두꺼운 패딩을 입고 털이 가득한 어그 부츠를 신고 있는 기분이다.
게다가 전업주부라니, 이번생은 '힙함'은 끝났다.
고양이 한두마리 정도 키우며
저는 솔로예요.
결혼? 그게 뭔가요? 아.. 조상님들이 하던.. .그 가족 연합체 말인가요?
취미는 인스타,여행, 재즈 피아노
연휴 계획이요? 코로나만 끝난다면, 남자친구와 파리를 거쳐 스페인 마요르카에 갈 계획이예요.
정도는 이야기 해줘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혼자 느려터졌다.
나혼자 팔만대장경을 주조 하고 있다.. 나무아비타불..
나는 대학시절 친구들 중에 제일 늦게 결혼하고 평생 일만 하며 살 것 같은 사람중 한명이었다.
그런 것들이 제일 일찍 결혼한다더니, 진짜 그랬다.
그때 내나이 스물여섯 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절대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내가 키울 것이라는 친구는
나이 마흔이 된 올해 첫 아이를 낳았으며 백일 전에 이모님을 구했다.
본인은 몸이 약하니 몸이 건강할때 예쁜 아이를 낳아 일찍 자리를 잡고 싶다던 친구는
지금도 솔로 이시다.
그중.
엑스와 와이축에 점을 찍자면, 페미니스트에 가장 가까웠으며..
욕심 사나웠으며, 내꿈은 실장님도 아닌 사장님 이라고 말하던 나만이.
제일 일찍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낳았으며, 벌써 두명의 십대소녀를 키우고 있다.
게다가 나는 전업주부이다.
이게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 아닌가.
이십대의 나는
출산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고 비판적이었다.
(출산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였겠지만)
코린 마이에르를 넘어서 아이를 낳지 않아야 할 이유는 나에게 수백가지 정도됬다.
나는 질문했다. 굳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저출산과 한국의 미래.
결혼의 의미와 종족번식의 근본적 이유에 대해 설파했고
급기야. 그럴꺼면 결혼은 왜하냐고 너 혼자 살라는 조언까지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나의 생각은 확고해 졌다.
아.. 아이는 낳지 말아야겠구나.
그때 단 한사람만이.
내 친구 김은주 만이 나의 귀를 사로 잡았다.
무심하게 내뱉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남자면 못낳잖아.'
여성의 숙명을 특권으로 대치 시킨 그녀의 성의없는 한마디로 나는 그래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지금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
참. 무책임한 발언이었다고, 미안하다고.(사실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뇌도 없고 영혼도 없는 의견으로 너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진심으로 사죄했다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고 있으니 깔끔하게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녀의 가슴아프고 체험론적인 사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아이를 낳으면 안되는 수백가지 이유 중에 그 하나로 아이를 낳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할수 있으니까.경험해보는 거지 뭐.. 경험삼아. 허허...
그럼에도 다른이들에게 그 특권이자 권리를 숙명이라는 이름의 굴레로 가두고 싶지는 않다.
우리 모두는 다르니까.
다른것은 틀린게 아니라 아름다운일이니까.
그냥. 나는 그 단순한 대답에 꽂혔을 뿐이고.
지금 이렇게 엄마가 되었고. 아이들과 두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대답에 대한 질문을 조금 바꾸고 싶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가 아닌.
아이를 낳아도 되는 이유로.
*브런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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