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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May 10. 2020

저녁노을. Evening Glow

가장 빛나고 있는 여든아홉의  어벤저스를 위해.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의 어벤저스를  소개한다.     

 


그러니까 정확히 2년전.

자아찾아 삼만리였던 시절.

'나는 늦었어 증후군'에 걸려 매사 의욕상실이었던 바로 그때.


나는 남편 일로 미국 서부의 작은 해안 도시 몬터레이에 반년간 머물게 되었다.

남편은 연구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나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작은 ESL 센터에서 매일 영어 수업을 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네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평균 연령.. 여든.


누구든. 아무 죄없는 자들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가 아닌

누구든 이 네명의 어벤저스보다 늦은 사람은 시작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어라 정도로 해두고 싶다.      


어벤저스 1. 바바라


나의 ESL 코스 담임 선생님이었다.

전직 체육 선생님답게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녀의 나이는 놀랍게도 만 89세였다.


부드럽고 자상한 눈빛. 귀뒤로 넘긴 컬진 은발의 머리.그녀의 나이를 가늠 할 수 있는건 딱 두 가지 뿐이다.

보청기.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2차 세계대전 흑백사진.     


보청기와 연결된 스마트 폰을 교실 정 중앙에 놓고 수업을 하는 그녀는 사실 우리 보다 훨씬 건강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내 말만 하고 들을 줄 모르는 젊은 것들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그녀의 경청.     

교실에서 누구도. 본인의 나이탓을 할 수 없었다.

내 나이의 곱절을 넘는 그녀 앞에서 어찌 감히 ‘너무 늦었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인도에서 온 60대의 학생이 '저는 너무 늙었어요' 신세 한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바바라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내 아들보다 어리다’



어벤저스 2.  잭.


바바라 클라스의 봉사자이다. 알콜중독센터 상담자 출신으로 ESL 선생님을 ‘꿈꾸고’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추정컨대 가장 어린 일흔 정도로 추정된다.

그는 일 년전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카이프로 멕시코 학생들과 영어와 스페인어의 언어 맞교환을 통해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삼 개월에 한번씩 멕시코에 여행가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알콜중독센터 상담자 출신 답게 멕시코에서도 데낄라는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어벤저스3.  루크.


바바라 선생님 반의 또다른 봉사자이다. 분장없이 산타를 역할을 할수 있는 외모. 어짐잡아 150킬로 그램은 나갈 것 같은 그는 지붕 없는 빨간색 ‘미니’ 쿠페를 타고 다닌다. 그가 차에 앉고 내리고 할 때 마다 작은 차체가 힘겹게 들썩인다. 그는 이 귀여운 빨간 차가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차라고 한다.

1000km 떨어진 딸네 집에 운전해서 방문하는 열정의 소유자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주유소에서 주유한 것 말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어벤저스4. 타냐 .


프리토킹반의 선생님으로, 심리학 교수 출신이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참 싫어했다.

여자는 어떻더라. 남자는 어떻더라. 이쪽 출신은 어떻더라. 저쪽 출신은 어떻더라. 그런 집단적 특성으로 사람에게 편견을 갖는 것은 인생의 안목을 좁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한다.

나는 그녀로 인해 사십년동안 쌓인 편견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먼지 뭉치를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타냐 라고 부르기를 바랬다. 자신은 인생이라는 교실의 학생일 뿐이니까.     


운이 좋았던 나는 네 명의 어벤저스들에 둘러쌓여 반년간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인생의 열정을 그래프로 그리자면..
그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우상향에 가까웠고.
 나는 우하향에 가까웠다.

삶의 방황중 만난 그들의 황혼은 아름다웠다.


나의 인생의 새벽와 오전 너무도 바빴다.

도시의 새벽은 일출 마져 높은 빌딩에 양보해야 했다.


 인생의 정오. 나는 툴툴 거렸다. 머리 위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 그만 좀 하라며 저주를 퍼부우며 살아갔다.


나의 일몰은 어떠할까.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꺼져가기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저녁노을은 아찔할 만큼 아름답다.

가장 붉은 색으로 물들기도 하고 파레트의 모든 색을 섞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아름 다운 때는.. 그 끝자락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아름답던. 몬터레이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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