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나는 고양이라고!"
엄마 제 인생에서 가장 철학적인 동화책이에요
어느 날 딸아이가 꼭 읽어보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내용은 이렇다.
매번 고양이에게 먹히는 고등어들이 고양이를 습격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는 도망치고 도망칩니다. 고등어는 고양이가 가는 곳마다 출몰합니다. "나에게 왜 이러는 거니? 나는 고양이라고!" 무사히 숲으로 도망친 고양이는 한숨을 돌리며 조용히 이야기합니다."그럼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고등어를 먹어볼까?"
왜 이 책이 철학적이냐고 딸에게 물었다.
고양이가 도대체 고등어를 먹어야 하는지 먹지 않아야 하는지 본인은 너무 고민이 된단다.
고양이가 고등어를 먹으면 고등어가 죽고. 고등어를 먹지 않으면 고양이가 죽기 때문이란다. 고양이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아이는 햄릿의 고찰을 이 책에서 했다.
'먹느냐 안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양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힌다.
어쩌겠는가. 타고나길 고등어의 욕망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고양이로 태어난 것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끝까지 고등어를 포기하지 못하는 고양이의 고집스러움이 사뭇 훌륭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습의 고양이일까?
세상의 비난에 그리고 고등어의 항의에 짐짓 채식주의자 인척 하며 살아가고 있다. 꿈속에서는 고등어를 구워도 먹고 튀겨도 먹으면서, 현실에서는 마치 고등어권리주의자인냥 살아가고 있는 비굴한 고양이.
조금 지나친 접목 일지 몰라도, 니체의 노예의 도덕이 떠오른다.
집단의 편견과 평판, 집단의 요구에 순응하는 목소리에 따라 주체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니체는 비판했다. 오직 좋은 평판을 위해 고등어를 포기했다면, 고양이는 훌륭한 고등어愛적인 고양이라는 타이틀은 거머쥐었을지 모르지만, 아마 비들비들 말라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도 고양이처럼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나는 나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