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씻기. 어깨 부딪히기. 올해의 소망.
"엄마 붕어빵 사주세요."
차를 붕어빵 트럭 뒤에 세우고, 딸에게 천 원짜리 지폐 세장을 쥐어준다.
"엄마는 차에서 기다릴게. 붕어빵 6개만 사와"
딸은 차에서 내려 리듬을 타며 뛰어간다.
오늘따라 붕어빵 트럭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모두가 1미터 이상씩 떨어져 서있다. 손님이 많으니 목장갑을 끼고 붕어빵 틀을 돌리는 아저씨의 손이 분주하다. 갑자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코로나 성 강박증이다.
대충 떨어진 것도 툭툭 털어 먹고, 너무 깔끔 떨면 복 달아난다는 것도 옛말이다.
어쩌나, 내 자리에선 아저씨의 손놀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을 받기도 하시고, 붕어빵을 뒤집기도 하시는데 그 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딸이 붕어빵을 너무 먹고 싶어 했으니까. 붕어빵 먹고 코로나 걸렸다는 말은 못 들어봤으니까.
줄이 줄고 줄어 딸 차례가 되었다.
'두근두근 무사히 너의 붕어빵을 사수해와!!'
조금 뒤 딸이 붕어빵 봉지를 가슴에 품고 뛰어오더니 조수석에 앉는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아저씨가 돈은 왼손으로 받으시고 붕어빵은 오른손으로 집으시더라고요
너와 나의 생각이 너무나 같아서 한바탕 웃는다. (아저씨 괜히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사이좋게 차 안에서 붕어빵을 먹으려다 집에 가서, 손을 씻고 먹기로 한다.
그런데 이 붕어빵 같은 생각이 오늘은 왠지 우습기보다 슬프다.
제발 올해에는 이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
땅에 떨어진 붕어빵도 대충 훌훌 털어서 입에 넣고 싶다.
가끔 손 씻는 것 따위는 잊고 싶다. 너무 깨끗해도 복 달아난다고 말해버리고 싶다.
그리고 대충 배낭을 챙겨 아이들과 훌훌 떠나고 싶다. 만원 버스나 혹은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어깨를 부딪힐 만큼 사람이 많은 곳에 가고 싶다.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며 길에서 아무 음식이나 먹고 싶다.
그냥 그것이 올해의 작지만 너무 커져버린 소망이다.
* 블로그(공감육아와 철학교육)
https://blog.naver.com/giru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