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딸 대학 영재원 교육을 시작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국립대학교 영재원 소프트웨어 분야에 합격하여 4월부터 토요일마다 영재원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컴퓨터 공학과 교수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십니다.
딸아이는 하루종일 관심 분야를 배울 수 있어서 좋고,
엄마인 저는 토요일 하루는 육아에서 해방이여서 좋은 날입니다.
지난 토요일 아이가 수업을 듣고 와서 이런 표현을 하더라구요 ' 재미 있는 고문'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너무 너무 재미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미 있는 고문이라고요.
오늘은 영재원 준비를 했던 과정과 영재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려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작년 딸아이는 교육청 소프트웨어 영재를 준비했습니다.
포트폴리오 부터 착착 준비했고, 나름 면접 연습도 했고, 시중에 나온 영재 문제집도 한권 풀어봤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면접이 온라인으로 진행 되더라구요.
아주 짧은 시간내에 문제를 보고 바로 대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스피트 퀴즈 같은 형식이었습니다.
아이는 잘 대답을 못했다고 했습니다. 딸아이는 당황했고 조금 시무룩 해졌습니다.
작년의 경우는 예외 상황이었지만, 엄마로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안타까웠던 이유는 우리 아이가 영재원에 붙지 못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재상과 시험의 출제 방식이 많이 달라서 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아이를 뽑는 방법이 아닌 문제를 보고 1~3분내에 대답하는 순발력을 요하는 방법은 채점에는 용이할지 모르나, '학습된 아이들'에게 유리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 영재원에 떨어졌지만 대학 영재원에 합격하게되었습니다.
이번 시험역시 대면 면접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논술 형식이었기에 저희 아이에게 다소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같은 분야 '소프트웨어' 입니다.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이 있고, 교수님들께서 돌아가면서 본인의 전공 분야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주십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교육청 영재원은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께서 가르치시고 대학 영재원은 교수님들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교육청 영재의 경우는 그 학년의 진도에 맞는 심화 과정, 그리고 대학은 그 보다는 조금더 선행이 될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저희 아이의 분야는 소프트웨어 이기때문에 심화와 선행의 의미가 딱이 많다고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1학기 커리큘럼을 살펴보이 이렇습니다.
문외한인 제가 봐도 재미 있어 보입니다.
파이썬이나, 엔트리는 많이 해봐서 사물 코딩에 더 관심이 많더라구요.
특히 드론 제작 실습을 아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에는 문외한 입니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2 학년 컴퓨터 방과후를 시작하더니, 타자를 300타를 넘긴 후 부터 컴퓨터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3학년 부터 엔트리를 가지고 놀더니 그 뒤로는 저를 졸라 집앞 코딩학원에서 파이썬을 배우고 있습니다. 영재원은 과학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하루종일 그 것만 신나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이겠습니까.
다만 그러다 보니, 본인이 정말 좋아서 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경쟁률은 잘 모르지만, 저희는 지방의 중소도시에 살기때문에 서울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습니다. 서울살이를 하다 중소도시에 와서 느낀 점은 서울처럼 학원 인프라가 잘되어있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서울에 살았다면. 이런 기회도 조금은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영재라는 단어 보다 영재를 지칭하는 영어의 'Gifted' 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
매한가지의 뜻이겠지만, 'Gifted' 라는 단어는 좀더 특별하게 들립니다.
뭔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입니다.
언젠가 부터 영재라는 말이, '선행을 많이 한 아이'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픕니다.
초등학교때 중, 고등학교 수학을 풀고 있으면 그 아이는 왠지 '영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 마법은 깨져버립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남보다 빠른 사람이 아니라 남과 '다른'사람이 가치를 인정 받기 때문입니다.
남과 다른 스토리를 생각해내는 소설가,
남과 다른 스타일을 그려내는 예술가
남과 다른 프레임을 창조하는 사업가.
그런의미에서 남과 다른 '선물'을 받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영단어가 저에게는 참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재교육이란 '준비된 영재'를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시대의 영재가 되고 싶은 선물 같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