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Sep 05. 2021

내가 이러려고 너를 낳았지!

가족상담은 언제 필요할까?

   


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그것만 해도 사랑의 마음이 퐁퐁 샘솟는다. 자면서 마구 헝클어진 머리, 오물거리는 입술, 이불 사이로 삐져나온 다리까지 너무너무 이쁘다. 얼마나 이쁘냐면 꼭 안아줄 때마다 내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감정이 요동친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내 가슴은 마구 간질거리는데, 왜 세상 모든 가족은 안녕하지 못할까?

왜 자녀는 부모 때문에 자살을 하고, 부모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애먼 가슴을 두드릴까.

분명히 죽고 못 산다면서 둘이 같이 못 살 바에야 차라리 같이 죽자며 로미오와 줄리엣 한 편씩은 찍었을 부부들은 자는 남편 혹은 아내의 뒤통수마저 미워 보인다고 할까?


우리는 왜 이럴까?

(이러려면 그냥 혼자 살아서 인류를 멸종시켜 버리지 말이다. 인간쯤 없어도 지구는 잘 먹고 잘 살 텐데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것은 우리가 가족이 무엇인지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철수야 영희야 바둑아 학교에 가자는 배웠어도 가족이 무엇인지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족이 없던 사람은 없으면서 말이다.      

가족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나는 이 한 문장을 보고 이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면 한다면 우린 어느 정도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미묘한 폭력성에서 해방될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족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기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공유하는 사람들이기에 모두 같은 것을 할 필요도, 상대가 강요하는 것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본 정의가 요구하는 묘한 풀어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우린 이 가족이라는 정의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기에, 가족을 전체주의적 집단으로 오인한다. 가족에게는 뭔가 심각한 사명감 같은 것이 있어서 이것은 한 가족의 이념이 되고, 개인을 넘어서 버린다. 


아이가 생기면 일단 부모는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주 독립운동이라도 할 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카시트와 유모차를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상대가 원하지 않는 분에 넘치는 사랑과 기대와 물량 공세를 시작한다.


그런 자식은 부모가 주는 무한한 사랑에 부족함 없는 인생을 시작하며 부모의 욕망을 채워주는 도구로서의 인생을 시작한다. 부모가 원하는 만큼 공부를 못한 자녀, 부모가 원하는 번듯한 직장을 갖지 못한 자녀는 문제 덩어리로 전락해버린다.     

이때부터 우리의 가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나는 많은 가족이 ‘가족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가족이 개구쟁이 꼬마가 최선을 다해 불어 놓은 풍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예쁘고 가지고 싶은 모양이지만, 어느 누가 손톱으로라도 건드리는 날에는 빵 하고 터지며 아무도 모르는 방향으로 여기저기로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언젠가 나 역시도 우리 가족(친정을 의미한다.)은 가족 상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그때 부모님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우리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냐는 것이었다. 엄청난 문제가 있어야만 가족 상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족 상담이 필요한 상황은 언제일까?      


1) 가족과 함께 있는 공간 및 시간이 불편하고 긴장과 불안을 느낄 때

2)  사람에게 가족원의 역할과 기능이 집중되어 가족원이 수동적으로 동할  

3) 가족원 중 한 사람의 부적응으로 가족 전체가 위기를 맞을 때

4) 가족 간의 부정적이고 부적절한 의사소통이 진행될      

( *** 기타 등등.)



지금은 아주 덜해졌지만, 예전의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있으면 항상 불편하고 불안했다. 가족 모두는 공유되지 않은 각각의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 가족이 가족에 대해 배우지 못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희생과 순종으로 이루어진 뭔가 숭고하고 사명감 넘치는 이념의 집단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걸 우리 가족 모두가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이 명문대를 들어가서 번듯한 직장을 얻을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하는 불굴의 존재도 아니고, 자녀는 반드시 부모 면을 살려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니며, 희생과 순종이 아닌 공유 하는 유기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마치 잘 풀어진 기분 좋은 가락국수처럼 서로에게 찰싹 달라붙지 않은 채로 그냥 가족이라는 그릇 속에 보기 좋게 담겼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산 정주영 '이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은상 수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