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집 사절입니다.

제발 한 권씩만 사게요.

by Lisa

나 때는 그랬다.

산후조리원에 출판사 영사님들이 왔다.

이제 막 어제 몸을 풀어 붓기도 가라앉지 않은 빵빵한 얼굴로

좌욕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영사님들의 교육이 시작됐다.

무려 하버드 심리학자의 이론인 다중 이론 강의를 들었다.

공짜로. 아니 공짜인 줄 알았다.


아이들의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 신생아 시절부터 흑백 놀이북을 시작으로

무조건 책을 읽어주란 말씀. 아이의 다중지능을 위하여!!


그때는 신생아실의 이름 없는 나의 아기와 수유 씨름 중이었다.

엄마라는 말도 입에 붙지 않아서 "언니가 맘마 줄게"라고 했더랬다.


아무튼. 영사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책은 무조건 사야 했다.

다는 그렇게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아기를 신생아실에 두고 무려 100만 원 상당의 전집을 사들였다.

내 나이 스물여덟이었다.


그 뒤로도 영사님들의 지속적인 AS는 계속되었다

3호실의 산모님과 5호실의 산모님은 벌써 영어전집도 들이셨다고.

어머님도 늦기 전에 전집을 들이지 않으면 아기 사회에서 뒤처진다고.

그때 우리 아가 이제 막 혼자 앉기 시작할 때였던 듯싶다.

엄마가 되면 그 연령에 들여야 할 전집이 퀘스트처럼 쌓여있다.


열혈 초보 엄마였던 나는

산후조리원에서 1주일 만에 전집을 들인 건 물론이고

아이가 돌도 되지 않아서. 200만 원짜리 원목 가베를 들이기 이르렀다.

(육아 휴직 급여 30만 원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들인 가베가 아이의 좌뇌와 우뇌에 쏙쏙 흡수되었다면 지금 우리 딸은 수학천재가 되어있어야 한다.


물론 엄마표 한다는 사람들이면 꼭 산다는. 무조건 발화한다는.

뉴욕에서 녹음했다는 뮤지컬 영어 전집도 구입했다.


그렇게 초보 엄마의 모든 허튼짓을 하고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진짜 명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아이들이 정말 사랑했던 책들은.

백만 원짜리 전집이 아닌

에릭 칼. 모월렘스, 앤서니 브라운, 오드리 우드 던 우드 부부 등의 주옥같은 단행본들이었다.

우리나라 전래 동요쯤 해당되는 마더 구즈도 좋다.


마더 구즈는. 유명 전집으로도 있지만.

전집으로 사나 낱권으로 사나. 심지어 유튜브에서 찾아서 음원으로 틀어주나 모두 같다.


낱권으로 사서 읽어주고

CD로 사서 아이가 놀이를 할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주면 된다.


늦은 나이에 아가를 낳은 친구들이 묻는다.

"어떤 영어 책을 사야 해?"

"이 전집 사야 되지 않을까?"


내가 해주는 이야기는 항상 같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봐.

외서 코너로 들어가서

노래로 부르는 영어나 마더구즈. 베스트셀러 그림책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딱 한 권씩 하서 하나씩 모아봐.

꼭 한 권씩만 사야 돼!

안 그럼 아이가 아니라 네가 질리거든!

아이랑 같이 읽고 CD는 신나게 듣고!


이것이 돈 쓰고 시간 쓰며 13년간 아이들과 함께 영어를 배우며 깨달은

나만의 진리이다.



아직도 우리 집에 전설로 남아있는...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던 책.


* 주의사항: 절대 나만의 진리입니다.

모든 전집을 출판하는 출판사과 열심히 일하시는 영사님들을 비방하는 목적이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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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품

https://brunch.co.kr/@cmosys#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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