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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un 24. 2020

지금쯤  몰디브행 짐을 싸야 했다.

몰디브에도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

2006년 남편과 약속했다.

"아이들이 생긴다면, 꼭 다시 오자"

남편이 올해는 긴 휴가를 낼 형편이 되었다.

우리는 올해 7월 몰디브행 여행을 계획했다. 그것도 아주 여유로운 일정으로.

아부다비 2박. 몰디브 7박. 또 아부다비 1박 총 10박 11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몰디브 마니아들에 의하면  몰디브 대학 리조트 학과가 있다. 물론 뻥이고. 100여 개가 넘는 리조트에서 내 리조트를 찾으려면 그만큼 노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간 콘래드 급으로는 네 식구가 도저히 갈 수 없다. 그때는 뭐. 갖은 거 없어도 세상이 뭐 내 것 같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누구나 다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거만하고 철없는 시기였니까.


우리는 최소한의 경비로 몰디브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2010년 이후 몰디브는 게스트하우스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럭셔리 신혼여행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말씀.

우리는 그렇게 몰디브의 현지 섬으로 출발하기로 했더랬다.


아톨 섬은. 현지 섬으로 조용하고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 딱인 섬이었다.

공항에서 내려 약 1시간 30분 스피드보트를 타면 갈 수 있는 곳. 뱃멀미는 추가라지만. 눈 딱 감고 참기로 마음먹었다.

라군이 펼쳐져 있다.

우리는 1월 초 실제로 예약을 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에는 1호 확진자가 없었다.

코로나는 우한의 한 지역 이야기의 이야기였으니까...


우리는 현지 섬을 예약했다.

현지 섬은 몰디브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아이 둘과 어른 둘이 묵을 수 있는 패밀리룸 (퀸사이즈 침대 두 개) 거기에 조식 포함. 풀 키친이 포함되어있어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몰디브 현지 섬에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찍을(?) 예정이었다.

랍스터를 잡아다.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는데...


그래서.. 7박 8일의 가격은!

7박 8일 패밀리룸 가격이 700불이었다. 몰디브라고 다 비싼 건 아니란 말씀. 우리는 정말 정말. 한적한 작은 섬에서 낚싯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코코넛 크랩을 잡다가 들어와서 라면을 끓여먹고 낮잠을 자는 일주일을 보내려고 했다.


비행기표는 에티하드로 끊을 예정이었다.

당시 에티하드의 아부다비 경유 비행기 표는 인당 70만 원이었다.

네 가족이면 300만 원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당시 에티하드에서는 아부다비 2박 호텔 투숙 무료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갈 때는.

렌터카를 이용해 사막 호텔에서 일박 정도 하자 싶었다.

렌터카로 2시간가량 운전을 해야 했고. 1박에 40~50만 원 정도 했지만, 사막투어를 한다 해도 이 정도 금액은 각오해야 했기에. 아이들에게 끝없는 사막 속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선물해주자 마음먹었다.


올 때는. 공항 근처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호텔에서 2박을 하며. 아부다비를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었다.

여행 계획을 짜며 찾아본 아부다비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7월의 아부다비는 전자레인지 속에 있는 것 같을 거라 충고했다. 전자레인지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상상만 해도,  아주 아주 뜨거울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대충 계산한 총예산은.

비행기표: 280

몰디브 여행비:120

아부다비 여행비:100

총. 500 만원의 견적으로 본 몰디브 여행 계획이었다.


남편은 아직도 지금까지 가본 여행지 중 최고는 몰디브였다고 한다.

그 뒤로 갔던 칸쿤. 하와이. 푸껫. 다낭. 카보산 루카스. 푸에르토 바야르타. 모두 모두를 다 합쳐도 몰디브를 넘을 순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신행지로는 몰디브를 적극 추천한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울 시누는 아주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1. 아이들 없이 가서.

2. 비싼 곳으로 가서.

만약에 올해 우리가 몰디브로 간다 해도 그때의 감흥은 절대로 느끼지 못할 거라 장담했다.

나도 그 말엔 동의한다. 이번 여름 몰디브 여행을 갔다면 아주 호되게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도착해서 탄 스피드 보트에서 토하는 것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태양 아래 갈 곳 없는 작은 섬에서 심심하다고 난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겨야 한다던데.

우리의 여행지 첫사랑이었던 몰디브 역시. 이 눔의 코로나 때문에 첫사랑으로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몰디브는 여우의 신포도로 남겨두진 말아야지.

코로나가 끝난다면. 아이들과 몰디브에 있는 또두 섬으로 꼭 긴 휴가를 가야겠다. 그리곤 확인하겠다.

우리는 몰디브를 사랑했던 걸까. 몰디브의 리조트를 사랑했던 걸까.




*브런치 작품

https://brunch.co.kr/@cmosys#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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