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Jul 01. 2020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설마 그런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골 파스타집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한 번도 들르지 않았지만 당연히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장님은 항상 있던 그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11시에 문들 열고, 오픈 주방에서 불쇼를 하며 파스타를 볶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성당 모임이 잡혀서, 당연히 언제나처럼 예약전화를 했다. 


신호만 가고 받지 않는 게 여간 불길한 게 아니었다. 직접 운전을 해서 찾아가 보니, 전혀 특색 없는 통닭집으로 바뀌어있었다. 슬쩍 통 닭집 안을 들어다 보니, 낯선 주인아저씨가 반바지 차림에 선풍기 앞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단골답게 사장님께 직접 카톡을 보냈다. 


항상 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예약하는 파스타집이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테이블이 4개 정도 되었었나?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1인 레스토랑이었다. 너무 착한 가격에.(아래 가격에서 한차례 올리긴 했었다. 아주 조금)

일단 일인 1 주문을 하고 나면. 샐러드. 전식 빵. 그리고 메인 디쉬와 과일 후식이 무료였다. 

아래처럼. ( 메뉴가 아니라 후식 서비스다.)

먹고 나면 항상 맛에 감동하고. 서비스에 감동해서 내가 이 돈만 내고 나와도 되나 죄스러운 마음까지 드는 식당이었다. 


사장님과의 카톡도 우울했고. 내가 사랑하는 요리들을 이제 맛볼 수 없다는 것도 슬펐다. 

그곳 사장님을 보면 일종의 대리만족을 했던 것 같다.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서. 이렇게 소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정말로 하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언젠가 생생정보통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인 가계로 대성한 모습을 보길 바랐는데 직장에 다닌다는 이야기가 우울했다.

왠지 누군가 꿈을 포기하고 삶을 선택한 기분이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모두 다  잘 사는 세상은 안되는 걸까?"

남편이 답한다. "설마 그런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구나. 

나는 열심히 일한다면 어쩌면 잘 살 수도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잘살면 열심히 일할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살기도 하고 말이다. 


꿈을 포기하고 삶을 선택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하고 

삶을 선택하려면 꿈 따위는  포기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애초에 꿈 따위는 꾸어서는 안 되는 세상은 아닌가 염세적인 생각이 드는 밤이다. 


이것이 과연 코로나 때문일까?

코로나는 그저 찰랑찰랑 넘칠 것 같은 소주잔에 단 한 방울 톡.. 하고 얹었을 뿐인지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