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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un 30. 2020

당신은 예민한 사람인가요?

예민함마저 사랑하기로 했다.

대학교 때 친구는 특이한 부분에 예민했다. 먹을 때 턱관절이 예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소개팅을 하고 오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제처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로 그의 턱관절이 어떻게 방정맞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미친년... 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북극곰 문제에 예민하다. 대기전력에 특히 민감해서, 모든 전기제품은 사용이 끝나면 플러그를 모조리 뽑아놓는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쓸 때만 플러그를 꼽는데, 그 예민함이  과연 범지구적 에너지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 집 전기세 때문에 지키려는 소박한 철칙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신혼초 그의 이 예민함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남편을 화나게 하고 싶은 날이면 일부러 깜빡한 척 방 불을 훤히 켜놓고 나가거나 플러그를 일부러 뽑지 않기도 했다.


남편은 내가 아주 특이한 쪽에서만 예민하다고 한다. 이 예민함은 특이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예측이 힘들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그다지 살림에 있어서 절대 완벽주의자가 아닌 듯하면서 유독 어떤 부분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모든 부분에서만 강박이 있던지, 모든 부분에 대해서 털털하면 좋겠는데 특정 몇몇 부분에 있어서만 그 룰이 적용된다며 툴툴거린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는 난잡하게 해서 버리러 가는 사람이 애를 먹게 하면서도 택배 상자는 꼭 집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던지, 설거지하는 수세미와 싱크대를 닦는 수세미가 분리해서 사용하지만, 둘의 색이 아주 미세하게 다르다거나. 서점에서 구입한 책은 침대 위에서 읽을 수 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소파에 앉아서만 볼 수 있다는 등의 원칙이다.


딸아이는 피부에 관해 민감하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조금만 따가워도 질겁을 해서 어려서부터 골치가 아팠다. 큰딸의 옷은  디자인이나 컬러 따위가 아니라. 몸에 적절하게 붙는지.(너무 떨어져도 달라붙어도 안됨) 그리고 면 함유량이 얼마나 되는지 천연섬유인지 등이다. 이 예민함때문에 나는 초6 딸아이를 브래지어를 구입하기 위해' 브라 찾아 삼만리'를 했다. 우리나라에 주니어 브라를 생산하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지만, 재질과 피부에 닿는 솔기와 바느질까지 생각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반품과 환불만 몇 번을 했는지. 브라 찾아 삼만리는 1년의 여정 끝에 다행히 구세주 브라를 찾으며 막을 내렸다.


엄마는 항상 아빠의 예민함에 반했고, 예민함때문에 살면서 징그럽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둔할수록 좋다는데, 만약 아빠가 둔한 남자였다면 아빠와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에 내 왼쪽 손모가지를 건다.


유독 둔한 사람과 예민한 사람이 있다지만, 나는 그것보단 사람들 모두에게 유독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에겐 우리만의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원칙이 있고, 아킬레스 건이 있고, 역린이 있다.


살다 보니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적어도 쟤는 왜 저렇게 예민해 보다는, 쟤는 저 부분을 조심해줘야 해.

그 부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이라고 인정하고 건드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는 예민한 딸아이의 피부를 위해 모든 섬유를 만져보고 옷을 구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남편의 범지구적 에너지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열심히 코드를 뽑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남편은 나의 중구 남방식의 청결 수칙을 준수해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엄마는 예민한 남자는 싫다고 툴툴거리지만, 40년을 회로 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쟤는 "왜렇게 예민하게 구니?"로 끝날 문제이지만.

어쩌겠나. 그것마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의 일부인 것을.


턱관절을 예쁘게 움직이는 남자를 좋아하는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아마도 그녀를 위해 턱을 예쁘게 움직여주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을까?




*브런치 작품

https://brunch.co.kr/@cmosys#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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