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Sep 20. 2020

엄마가 되어 가장 좋은점?

청소년 상담학 part1. 칼로저스 양반 처음 뵙겠소!

엄마가 되어 가장 좋은 건 그것이었다. 


‘인생 2회차를 살아간다는 느낌’


부모가 되어봐야 그제야 부모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틀렸다. 나는 이제야 겨우 나를 조금씩 이해해 나가고 있으니까.

아이가 유년기에 접어들자 나는 그제야 유년기를 막 벗어날 수 있었고, 아동기에 접어들자 다시 아동기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자 나는 또다시 인생의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생긴 거야?’ 

나이 마흔에 또다시 사춘기라니. 어쩌겠는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내가 청소년 상담을 공부해야겠다고 야심에 차게 마음먹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내 딸아이의 청소년기를 배운 엄마로서 맞이해 주고 싶어서였지만 나의 궁극적 목표는 어쩌면 내 안의 웅크리고 있는 아직 사춘기를 채 벗어나지 않는 반항기 가득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안의 나를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어보자는 개인적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사십 살이나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나 자신조차 달랠지 모르는 인간. 그래서 나는 ‘노인 상담학’도 아닌 ‘성인 상담학’도 아닌 ‘청소년 상담학’을 배우기로 한다. 

청소년 상담학 첫 시간에 배운 심리학자는 인본주의 상담의 창시자 칼 로저스이다.

 심리검사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의 심리학자와 다르게 그는 내담자 중심의 상담 이론을 펼쳤다. 우리가 흔히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진실성, 공감적 경청, 조건 없는 수용 이 로저스의 상담기법에서 나왔다. 그는 모든 해답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내담자는 자기 성장과 치유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하고 있으므로 상담자는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적절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면 내담자 스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단다. 로저스는 인간을 말한다. 

“나는 안정적이고, 신중하고, 정적이라면, 차라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혼란, 불확실성, 공포, 정서적 기복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유동적이고, 혼란스럽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본주의.인간중심치료의 상담자라더니 이제보니 아주 화끈한 양반이다. 

미칠 듯이 요동치는 나의 자의식을 흥미진진한 삶으로 받아들이라니.

 까르보나라 같은 양반인 줄 알았더니, 불닭볶음면 같은 양반이다.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른 이 말도 안 되는 격변의 시기를 즐기라니 당신이 진정 공감과 수용의 대부가 맞느냐 묻고싶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안에 나를 극복하는 힘이 있다고. 이렇게 널뛰듯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나의 내면의 흥미진진함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라는 그의 말을 믿어볼까 한다, 적어도 그는 ‘나를 따르라’ 가 아니라 너 자신을 믿으라고 하고 있으니까

이번 학기가 지나면 나뿐만 아니라 진짜 첫 번째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나의 딸과 친구들에게도 자신있게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너 자신을 믿으라고. 너의 깊은 마음속에는 씨앗이 있고 그 씨앗에는 어떤 비바람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한 힘이 내재 되어있다고?

마지막으로 두 번째 사춘기를 겪으며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혔던 나에게 이제는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자고 로저스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고 싶다.      

“신기한 역설은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때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 칼로저스-
매거진의 이전글 전업맘에게 심심할 날은 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