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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Sep 20. 2020

청소년에게 상담받으면 청소년상담?

청소년 상담학 part2. 잘못을 인정하는건 패배가 아니래. 아들러가!

며칠전이다.

다음달 중학교 입시를 앞둔 딸아이가 만화책을 읽으며 빈둥거리기에, 이럴 시간이 있냐며 잔소리를 했다. 딸아이의 말이 대단하다. 


“엄마. 엄마 지금 대학원생이죠? 하지만 맥주도 마시고 매일 커피도 마시잖아요. 제가 엄마 공부해야지 맥주 마시고 커피 마실 시간이 어딨어요?라고 하면 좋겠어요? 저도 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한다. 참. 할 말이 없어진다. 옆에 있던 남편의 추임새가 더 가관이다.


 “지금 둘이 청.소.년. 상담 중인 거지?” 


내가 지금 청소년 상담을 공부 하고 있는지 뻔이 아는 남편은 청소년에게 상담받으니 청소년 상담이란다. 더 할 말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고 웃어넘긴다. 아들러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늘은 물러나지만 두고 봐라. 다짐하며 훗날을 도모한다. 

어쩐지, 딸아이와 이야기하며 의도치 않게 나의 청소년 시절이 떠오른다.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7번이었다.

 그것은 반에서 7번째로 작은 아이라는 의미였다. 

고분고분하게 몇 치수 큰, 넉넉한 교복을 입은 아이. 밋밋한 가슴만큼이나 반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 여자아이. 5등에서 10등 언저리의 성적. 선생님 말씀에 딱히 토를 달지도 않고 선도부에 걸릴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선생들이 가장 다루기 쉬운 부류의 아이였다. 

나는 중학교에 올라가며 닥치는 법을 배웠다. 항상 앞장서는 아이, 손들고 자기 의견을 말하던 애초의 나는 그것을 세상은 ‘존나 나대는 아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는 더 이상 펑퍼짐한 교복 속에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신 십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몇 번의 연습 끝에 “너 오늘 정말 예쁘구나!”라는 말 대신 

“씨발 이년 존나 이뻐”라고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기의 부모님과의 관계는 최악을 달렸다. 늦둥이 동생이 태어나 엄마는 막내 동생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엄마 대신 아빠는 ‘6년만 고생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캐치 프라이즈 아래 나를 혹독하게 다뤘다. 영어 교과서를 암기시켰고, 심화 수학을 풀게 하고 조금이라도 틀리는 날엔 매를 들었다. 날이 갈수록 수학을 잘 푸는 방법 대신 매를 덜 아프게 맞는 요령을 익혔다. 나는 아빠가 매를 준비하는 동안 침착하게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엉덩이 뒷춤에 쑤셔 넣었다. 


어른이 하는 말에 하나 틀린 것 없다지만. 절대 아니다. 아빠는 틀렸다.

나에게 남은 것은 미친 듯이 공부하여 광명을 찾은 6년은 결코 아니다. 나에게 남아있는 청소년기의 추억이란. 시험이 끝나던 날 친구들과 갔던 이대와 신촌의 아찔했던 거리. 친구들과 자율학습을 째고 갔던 장국영의 팬 사인회. 친구와 몰래 마셨던 소주의 알싸함과 흔들리던 밤하늘.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용운의 님의 침묵.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던 날.


나의 청소년기를 복기하며 지금의 내가 부모가 되어 이제 막 십대에 들어서는 나의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나의 첫째 아이는 사립중학교의 입시를, 둘째 아이는 교육청 영재 시험을 앞두고 있다. 후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던 나의 조언이 어쩌면 아이들의 미래에는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아까울 한 줌의 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샤는 말하지 않았던가? 청소년은  위기를 겪으며 목표·가치에 전념하면 자아 정체감을 확립한다고. 아이들이 목표한 바를 원하면 그것 역시 좋겠지만, 어쩌면 좌절 뒤에 자아를 찾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빠와 나의 가치관의 차이 속에서 혼란을 느끼며 윤동주와 한용운 안에서 길을 찾았듯 말이다. 


참고) 

아들러의 미움 받을 용기:아들거의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해서는 따로 다룰 예정이다. 

청소년 상담학 마샤의 정체감 지위 이론 : 위기를 경험하고 수행한 자 만이 정체감을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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