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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글 Oct 09. 2020

가을이 낙엽에게, 낙엽이 나에게

가끔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염없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낀다. 나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대개 "정신 차리자.", "너 이것밖에 안돼?"라는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 나만의 다짐, 주문 따위를 중얼거리거나 마음속으로 읊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주말에 피어오른다. 그래서 막상 열심히 쉬고 놀아야 하는 주말에 더욱 움츠러든다. 하루라는 시간은, 힘을 얻기엔 무척이나 짧고 소용없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좁아터진 구석으로 몰고 있을까. 왜 온전히 이 계절을 만끽할 수 없을까.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무얼까. 통장에 찍히는 돈의 넉넉함보다 문득 내 발치로 떨어지는 가벼운 낙엽에 마음을 쉽게 빼앗기곤 하는 계절이다. 식상한 고민을 다시 한번 되뇌어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이 우릴 앞으로 향하게 하는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싶어 하는가.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앞을 그리고 있는가.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지난다.

아니 오히려 보낸다가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어설프게 쌓아 올린 시간들이 점차 무게를 지닐 때마다

이 계절은, 낙엽 하나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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