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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산다는 느낌적인 느낌》

정답 같지만 알고 보면 오답

by 울림과 떨림

학창 시절, 시험 시간이 끝나면 꼭 서로 정답을 맞춰 보는 친구들이 있었다. 간혹 답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자기의 답을 정답이라고 우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재미있는 건 정답과 오답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오답과 오답으로 서로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둘 다 오답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생각하는 정답이 있다. 이것을 사람들은 가치관이나 신념 혹은 좌우명이나 인생철학 등으로 부른다. 마음속 나만의 정답은 인생을 살아갈 때, 지침이 되거나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이런 까닭에 정답이 흔들리면 덩달아 우리의 인생도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저마다 생각하는 정답은 언제 탄생하는 것일까?


혹시 유명 인사나 연예인을 보면서, ‘맞아.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또한 그들이 먹고 자고 입은 것을 보면서,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때가 바로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 곧 나만의 정답이 탄생하는 순간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답(알고 보면 오답)은 대개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로부터 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정한 학교를 나오거나 특정한 지역에 사는 것 더 나아가 특정한 집이나 특정한 차를 구입하는 것이, 특별하게 산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특정한 조건’을 인생의 정답으로 삼고 살다가는 비교의 늪에 빠지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남들과 다르게, 뭔가 특별하게 산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다른 사람은 무엇을 입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샀는지 관찰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스스로를 옭아매는 일이자 피로를 머리에 쌓는 일이다.


서울이라는 특별한 도시(서울특별시)에 살고 있다고 해서, 그 누구도 서울에 사는 사람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 시민들조차도 자신들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산다고, 그것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만의 정답으로 매일 끊임없이 누가 더 특별한 것처럼 보이는지 앞다퉈 경쟁한다. 비교만큼 삶을 짓누르는 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지혜로운 뱃사공은 캄캄한 바다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하늘의 별을 보지만, 어리석은 뱃사공은 다른 배에서 나오는 불빛을 본다.’는 말이 있다.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내는 빛도 다른 배에서 나오는 불빛과 같다. 또한 TV 광고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는 빛도 얼마 있지 않아 꺼지는 무대 위의 불빛과 같다. 때문에 그런 불빛들로 인생의 좌표를 삼다가는 순식간에 좌초되는 건 시간문제다.


세상에는 정답인데 ‘틀린 정답’도 있고 오답인데 ‘맞는 오답’도 있다. 이것을 모순이라고 부른다. ‘틀린 정답’을 기준으로 삼으면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서로 ‘틀린 정답’을 진짜 정답이라고 우기면서 말이다.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산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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