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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밥 한번 먹어요》

진심은 '지금'이라는 봉투에 담겨 전달된다.

by 울림과 떨림

"나중에 밥 한번 먹어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서로 불편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관계도 적당하게 유지하고 싶을 때 사용하기 좋은 말이다. 우리 가운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이 말의 열의 아홉 정도가 영혼 없이 그냥 툭하고 내뱉는 말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나중에'라는 말처럼 일시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을수록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은 거의 없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남발하는 말이기 때문에, 아무리 진심이 담겨있어도 좀처럼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나중에 밥 한번 먹어요!"라는 말은, 지금 당장 같이 밥을 먹기엔 부담스럽고 그냥 헤어지기에는 좀 애매한 사이일 때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선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진심으로 같이 밥 먹고 싶다면, '나중에, 언제 한번'이라는 말 대신 '지금'을 넣어야 한다. "지금 같이 밥 먹을래요?" '지금'이라는 말에는 꼭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누가 들어도 그냥 툭하고 내뱉는 말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말이 진심일 가능성은 99.999%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실제로 기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 이 말을 했을 때는 기도할 마음도 의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으로' 미루는 순간 기도할 마음이나 의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꼭'이나 '지금'을 넣어 기도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꼭 기도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기도하겠습니다."


나 또한 '나중에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놓고 까먹고 기도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알고부터는 기도 부탁을 받거나 기도하겠다고 약속하면, 짧게라도 그 자리에서 기도한다. 그리고 나중에 개인 기도시간에 생각나면 좀 더 시간을 할애해서 기도한다.


'나중에, 언젠가는, 다음에'라는 말로는 적당한 관계는 유지할 순 있어도, 좀 더 친밀한 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다. 진심이라면 '지금 같이 밥 먹자!'라고 말하자. 좀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지금 만나자!'라고 말하자. 정말 염려가 된다면 '지금 기도하겠다!'고 말하자. 진심은 '지금'이라는 봉투에 담겨 전달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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