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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Sep 04. 2021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면》

달과 별이 나를 따라와요!

우리 집 셋째는 올해로 벌써 6년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위로 에너지 넘치는 첫째 형과 먹는 걸 좋아하는 둘째 형이 버티고 있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금까지 용케도 잘 적응해 주어서 고맙고 감사하다. 셋째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소감을 묻는다면 '저도 나름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할 것 같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녀석이기 때문에 그냥 배시시 웃을 게 뻔하다.

한 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밤하늘을 가리키며, '얘들아. 저기 달도 뜨고 별도 떴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첫째와 둘째는 슬쩍 보더니 그러려니 하고 다소 싱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셋째는 기쁨이 충만한 얼굴로 엄마 아빠에게 말했다.

"달하고 별이 계속 따라와요."
"그래? 왜 따라올까?"
"내가 좋아서~!"

낮에 태양도 자기를 좋아서 따라다닌다고 하는 녀석이다. 아빠인 나는 훈련하면서 겨우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녀석은 누구를 닮았는지 늘 싱글벙글하고 낙천적이다.

유치원에서도 다른 아이들에게 '날 좀 봐 달라!'라고 관심을 끌기보다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는 마인드라고 선생님이 얘기해 주셨다. 함께도 잘 놀고, 혼자도 잘 논단다. 셋째를 보면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갈수록 회의와 비관에 빠지고 또 동요하기 쉬운 이때에 귀한 성품이 아닐 수 없다. 아빠인 나는 후천적으로 개발 중인데, 셋째는 타고난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그런데 셋째가 앞으로 꼭 알았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세상은 '나'나 '실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 중심으로 그분의 주권 속에 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본이자 코어 마인드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고 존재감을 느끼고 과시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허무함만 쓰나미처럼 밀려올 따름이다.

셋째도 한 살 두 살 성장하면서, 세상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도 한풀 꺾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를 믿는 긍정이 아닌 '그분'을 믿는 신뢰 속에서 여전히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갈수록 세상은 험악해질지라도,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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