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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Sep 29. 2022

그게 다 내 팔자라고?

그건 도박이야!

그게 다 내 팔자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있다. '그게 다 네 팔자라서 그래! 일단 사람은 운이 좋아야 해!' 나 역시 중간 회심 신앙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고 나서도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유교와 불교문화가 우리의 가치관에 배어있는 탓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말을 가려가면서 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의 입에서 '팔자, 재수, 운'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는 건,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며 내 삶의 주인 되심을 부인하는 것처럼 들린다. 아무리 입에 익어서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메신저와 메시지는 하나다. 메신저가 메시지이고, 메시지가 메신저다. 말을 잘 골라서 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팔자, 운, 재수'라는 말을 운운하는 사람을 보면, 문제를 만났을 때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생각할 뿐 간절히 기도하진 않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정해진 운명인데 기도해서 뭘 하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필 이렇게 태어나서
청년 때 야베스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야곱은 알아도 야베스를 아는 사람은 드물던 때였다. '야베스의 기도'라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에 대한 기록은 구약성경에 단 두 구절밖에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생소할 수밖에. 더군다나 출생과 관련해서 짧게 언급될 뿐,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떻게 하나님께 쓰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영화로 치자면, 행인 1 역할이었다고나 할까? 야베스는 어머니의 수고로움 속에 태어났다. 해산할 때 누구나 고통스럽지만, 유독 '수고로이 낳았다'고 표현한 걸 보면, 야베스는 굉장히 힘들게 태어났던 게 틀림없다. 오죽하면 그의 이름이 ‘고통, 수고’라는 뜻의 야베스였을까? 참고로, 구약에서의 이름은 그가 장차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예고적 성격이 강하다. 이걸 참작했을 때, 그의 인생은 고통과 수고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달라지는 게 없을지라도
우리 주변에는 '그냥 그게 다 네 팔자라고 생각해!'라는 말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을 자주 듣다 보면, 우리 자신도 '이게 다 내 팔자라서 그래!'라는 생각으로 현실과 타협해 버릴 때가 많다. 그러나 야베스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라는 태도로 하나님께 기도한다.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던지, 하나님께서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신다. 기도는 내 형편과 처지에 고분고분 순응하기보단, 적극적으로 저항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그러므로 야베스처럼 일단 기도라도 해 봐야 한다. 하나님께 매달려 보기라도 해야 한다. 다윗도 자기 죄 때문에, 아들이 죽을 걸 알았다. 그런데도 죽기 전까지는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사실 기도한다고 금방 달라지는 건 없다.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도하면 내가 처한 현실을 다르게 보는 눈이 열린다. 게다가 지금의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견뎌낼 힘까지 얻을 수 있다. 하나님의 손이라면 모를까, 내 인생을 운명에 맡긴 채 산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아니,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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