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지내며, 스스로 선택한 날들을 기록합니다. 원하는 삶은 우연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글이 독자에게 생각해왔던 것을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연습장은 시험장과 위치상으로 가까웠다. 외진 곳에 있어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니 마침 1번이 시험 준비 중이었다. 나는 9번이었다. 안내요원은 번호가 빨리 돌아올 수 있으니 보호구를 착용하라고 했다. 서둘러 착용하는데 헬멧이 큰 게 아닌가. 머리에 올려놓기만 한 모습이라 옆에 있는 여자분에게 물어봤다.
"실례지만, 헬멧 잘 썼는지 봐주실 수 있나요? 너무 큰 것 같아요."
"아, 그 헬멧 원래 그래요. 턱에 조이는 부분만 최대한으로 줄여보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9번인데, 혹시 몇 번이세요?"
"6번이에요."
"앗 그럼 빨리 보호구 착용하세요. 저보다 번호가 빠르시네요."
"어머, 그렇네요. 감사해요! 지난번에 왔다가 떨어졌거든요. 이번엔 꼭 붙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떨리는 손으로 보호구를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덩달아 내 심장도 쿵쾅거렸다. 1번 합격, 2번 불합격, 3번 불합격, 4번 불합격, 5번 합격. 그리고 6번째 차례가 되었다. 2, 3, 4번은 시작한지 10초 만에 굴절 코스에서 떨어졌다. 저기다. 저 코스를 넘어야 합격하는 거다.
"오~!!"
갑자기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6번으로 출발한 그녀는 가장 어려운 코스를 부드럽게 넘어갔다. S자 코스와 직선 코스도 안정적으로 지났다. 합격이다! 기뻐서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저도 응원할게요!"
다른 사람의 응원을 받는 일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나도 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내 바로 앞 순서인 8번 응시자는 오토바이 시동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다시 켜도 꺼지고 또 다시 켜도 꺼졌다. 연습 첫날이 떠올랐다. 직원분이 클러치를 부드럽게 천천히 놓아야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8번은 불합격했다. 저렇게 탈락할 수도 있구나, 벙 찐 얼굴을 하고 있는데 9번이 불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그럴 수 있다. 클러치를 부드럽게 놓아서 시동을 켜자.'
"부르릉, 툭"
아무리 천천히 놓겠다고 다짐했어도 떨렸나 보다. 클러치를 빨리 풀어서 첫 시동이 꺼졌다. 침착하자. 할 수 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잡고 있던 클러치의 힘을 조금씩 뺐다. 모두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 천천히 해도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부르릉!" 소리가 들리며 시동이 걸렸다. 오 감사합니다 하나님! 기도가 절로 나온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해 보는 거다.
빠르게 달리면 코너에서 불리하다. 한 번은 꺾어도 다음 코너를 준비하기에 시간이 너무 짧다. 나는 자전거 보다 천천히 달리려고 했다. (밀어서 가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굴절 코스에서 핸들을 꺾는 순간 ‘삑’ 소리가 났다. 선을 밟은 것이다. 심장이 요동쳤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처음에 밟아도 두 번째만 안 밟으면 된다. 심호흡을 했다. 수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장면이다.
침착하게 두 번째 코너를 돌았다. 감각을 믿고 핸들을 한 번에 확 꺾어서 선을 밟지 않고 나왔다. ‘됐다!’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S자 코스와 직선 코스는 정신만 집중하면 돼. 방심하지 말자. 훈련한 대로만 하자고 심장을 다독였다. 그리고 나는 합격했다.
“저 합격했어요!”
“꺅, 축하드려요!”
대기실로 들어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점프를 했다. 너무 신이 났다. 처음 본 사이인데 손을 마주 잡고 축하한다고 소리치는 우리 둘도 웃겼다. 잘했다고, 처음에 시동 꺼졌을 때 놀랐다고, 다시 침착하게 시동을 거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칭찬받았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출국 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해결됐다.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연습으로 2종 소형면허를 취득했다. 그동안의 연습 비용과 시험비를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면허증을 기다리면서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스쿠터를 1년 동안 탄 경력자였다. 평택에서 오토바이 크루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오토바이 크루도 있구나, 하는 순간 나에게 가입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제가요? 저도 들어갈 수 있나요?"
"네,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여행도 다니고요."
상상도 못 해본 제안이다. 집이 가까우면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지도. 그 정도의 도파민이 나오고 있었다. "아쉽지만 집이 멀어서요. 그래도 번호를 알려주시겠어요? 가입하고 싶으면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흔쾌히 내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눌러줬다.
이후 두 시간을 기다려서 면허증을 받았다. 국제면허증 신청도 잊지 않았다. 처음 본 사람의 연락처도 생겼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후 오토바이를 탈 생각은 없어졌지만 (운전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번호는 지우지 않았다. 여행의 시작점을 알리는 기억이었고 나의 노력과 기쁨의 상징이 되었으니까.
두려움이 있어도 시작해 보는 것과 머무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해낸 일이라면 나도 해볼 수 있다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반복하면 된다는 것, 잠깐 균형을 잃어도 끝까지 집중하면 결국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토바이 면허를 따면서 알게 됐다.
나의 치앙마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1.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에서 접수
https://www.safedriving.or.kr/rerrest/rerrestScheduleView.do?menuCode=MN-PO-1131
- 전체 메뉴 > 운전면허 시험 > 시험/일정 접수 > 인터넷접수 > 2종 소형 > 기능 > 시험장 선택 > 날짜 선택
- 기능시험 비용 : 14,000원
2. 당일 운전면허 시험 합격 후 면허증 발급 가능
- 시험 전 미리 면허증 수령 번호표 뽑아두기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사람이 많으면 2시간 넘게 기다려요.)
- 국제면허증 함께 신청하기
- 발급 비용 : 10,000원, 모바일 추가시 5,000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