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기본 체력 구축전지훈련의 첫 단계는, 매일 하는 것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지내며, 스스로 선택한 날들을 기록합니다. 원하는 삶은 우연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글이 독자에게 생각해왔던 것을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헬스는 애증의 운동이다.
20대 때, 처음으로 돈을 주고 배운 운동이 헬스장 PT였다. 회사 지하 1층에 헬스장이 있었다. 사내 복지로 무료 이용이 가능했는데, 대신 사장님도 오셨다. 아침 6시, 맨 얼굴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운동기구로 흩어지는 풍경. 지금 생각해도 꽤 높은 난이도의 멘탈 트레이닝이었다.
PT를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멋진 언니들 때문이었다. 여성이지만 근육이 또렷한 몸, 일자로 벌어진 등, 단단한 어깨. 보디빌딩까지는 아니어도 ‘근육이 탄탄한 몸’을 갖고 싶었다. 개인 트레이닝 수업을 등록하며 트레이너 선생님께 말했다.
“근육을 키워서 프로필 사진을 남겨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그럼요. 꾸준히만 나오세요.”
주 2회씩 빠지지 않고 갔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운동했다. 문제는 식단이었다. 사회초년생에게 회식을 빠지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머리가 아프다거나, 약을 먹고 있다거나, 일찍 집에 가야 하는 온갖 이유를 대며 참석이 어렵다고 말해야 했다.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사람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한번 흥이 오르면 중간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 술자리까지 참여하는 성실함도 갖추고 있다. 운동의 최대 난제는 식단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열 번의 수업이 끝났을 때 몸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많이 먹었으니까...) 눈바디 기준으로 라인이 살짝 정리된 느낌 정도였다. PT를 연장했으면 몸이 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실망감에 연장하지 않았고 혼자 운동 플랜을 짤 줄 몰랐으니 자연스럽게 헬스장을 멀리했다. 얼마 후 조금 달라졌던 몸도, 예전 모습 이상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헬스는 늘 ‘언젠가 다시’의 영역에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헬스를 선택한 건, 헬스가 기본 근력을 만드는 운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하기엔 재미도 없고 지루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부위별 근육을 키우는 데는 헬스만 한 게 없다. 기본 근력이 잘 갖춰져 있다면 다른 운동도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번에 배워서 스스로 몸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치앙마이 대학교 헬스장에 처음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상상했던 일반 대학교의 헬스장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파란색 바닥, 종류별로 정리된 머신과 보조 기구들, 외곽으로 이어진 러닝 트랙, 그리고 수시로 머신과 바닥을 쓸고 닦아 주시던 청소 아주머니까지. 공간이 깨끗하면 마음도 단정해진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코치 사라에게 물었다. 대학교 헬스장이 이렇게 좋을 수 있냐고. 그녀는 말했다.
“여기 운영자가 트레이닝에 진심이야. 어떻게 하면 더 잘 단련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최신 기계들이 많아.”
사라는 대학원생이다. 하루에 6개에서 7개까지 트레이닝 수업을 하고 저녁엔 개인 운동을 했다. 주말에는 대학원 공부를 하고 트래킹을 다녔다. 1:1 수업을 할 때면 내가 하는 다른 운동들까지 고려해서 트레이닝을 플랜을 세워왔다. 이 동작을 하면 러닝에 도움이 되고, 이 운동은 요가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 팔이 부들부들 떨려와도 마지막 동작까지 열심히 하게 된다. 무게를 올려보자고 해도 싫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등은 오늘 하고, 팔은 내일 하고, 다리는 다음 주에 하면 되겠다.”
사라 덕분이었을까. 헬스로 기본 근력을 강화하기 시작하니 러닝과 요가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 러닝 할 때는 허벅지와 엉덩이에 들어가는 힘이 더 잘 느껴졌다. 발은 더 단단하게 땅을 밀었고 팔치기 동작이 한결 편해졌다. 요가를 할 때도 자세가 정확해지고 버티는 힘이 늘었다.
"자세 좋아. 한 세트 더 하자."
“잘했어. 3개만 더.”
“1개만 더! 할 수 있다!"
사라의 목소리는 중저음에 강한 톤이다. 조금 버겁다 싶을 정도의 개수를 다 채우면 "겡마"라고 말해줬다. 겡마는 태국어로 잘했다는 뜻이다. 칭찬과 응원에 힘입어 '조금씩 더'가 쌓이면서 몸이 변했다. 턱걸이를 할 때 등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고, 어깨에 작은 알통이 생겼고, 허벅지가 단단해졌다.
'어? 나 20대 때보다 몸이 좋은데? 살면서 이렇게 몸이 좋아본 적이 있었나?'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한 달 뒤, 내 체력은 확연히 늘어있었다. 새벽부터 글을 쓰거나 활동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으니까. 밥을 먹고 낮잠을 자지 않아도 집중력이 유지됐다. 달릴 때는 다리가 가볍게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인바디에서 근육량 자체를 늘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단백질, 탄수화물, 적절한 채소와 수분이 필요했는데,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한 것이다. 근육이 커지는 속도보다 살이 빠지는 속도가 빨랐다. 다이어트 할 땐 안 먹는 게 답이더니, 근육을 키우는 건 정반대였다. 결국 나는 잘 챙겨 먹는 데 성공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신 한국에 와서 제일 열심히 한 건 먹는 일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고 두 번의 간식도 먹는다. 계란과 고구마가 간식이다. "케이트, 너는 더 먹어야 해."라고 외치던 사라를 떠올리면서. 덕분에 조금 더 튼튼해진 몸을 만나는 중이다.
지금은 혼자 헬스를 한다. 부위별로 요일을 나누고, 운동할 때마다 무게를 기록하고 세트 수를 센다. 무게를 올릴 땐, 한 번에 15개를 할 수 있으면 올린다. 최소한 3세트를 하고 남은 힘이 있다면 4세트까지 완료한다. 큰 근육의 운동부터 시작하는 습관도 생겼다. 모두 사라가 가르쳐준 것들이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하루 전 날, 오전에 수업이 끝나고 사라에게 편지를 건넸다. 덕분에 헬스가 좋아졌다고, 혼자서도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적었다. 엄마가 치앙마이로 여행올 때 미리 부탁해서 가져온 한국 과자도 선물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웃고 있었지만, 헤어질 때는 눈물이 앞을 가려서 티나지 않게 하려고 눈웃음을 지었다. 울어도 되는데 눈물이 나오면 슬퍼질까 봐 흐르지 않도록 애를 썼다.
헬스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운동을 할 때, 기본 근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천천히 기본기를 쌓아가는 동안,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인지도.
https://maps.app.goo.gl/xReRhsy9wMTpEXFFA
- 10회 1:1 PT: 5,000바트(회당 약 2만원)
- 헬스장 이용 시: 1,700바트(한달), 150바트(하루)
- 깨끗한 시설과 최신 기계들, 친절한 스텝과 코치, 자판기 이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