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long의 추억
한국에는 Subway 샌드위치가 아주 오래전에 90년대에 처음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 2000년대 후반에 다시 들어와서 건강함을 강조하는 프랜차이즈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PL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저의 기억에는 드라마 미생에서 출연자들이 먹던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Subway는 한국에서의 세련된 이미지 보다는 좀 대중적이고 흔히 볼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수의 버거체인들이 정크푸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Subway는 비교적 건강한 이미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갖고 있는 상대적으로 고급진 프랜차이즈의 느낌보다는 정크푸드보다는 조금 나은, 그래도 여전히 패스트푸드인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외식은 메뉴판에 적힌 가격에 세금과 팁을 더해 지불해야하기에 전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인데 Subway는 팁에 대한 부담이 적은 패스트푸드 체인이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끼를 해결할 수 있고 생야채를 곁들일 수 있기에 어지간한 패스트푸드 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유학 초기에는 Subway 샌드위치를 즐겨 찾았습니다. 연구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먹을 수 있었는데 처음엔 영어도 잘 안되는데 이것저것 골라야하는게 쉽지는 않아서 긴장하고 줄을 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학연수를 다녀왔던 친구의 조언대로 "Everything!"을 외치던 때를 지나 어느 순간부터는 원하는 대로 빌드업을 해서 맛있게 즐기게 되었습니다.
박사 유학생의 첫 학기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수업듣고 연구하느라 하루하루가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밥을 사먹으러 나가서 기다리는 시간들도 아까워서 주로 두끼 도시락을 같은 메뉴로 싸서 점심 저녁을 같은 반찬으로 때우던 때가 많았습니다. 도시락 쌀 시간도 없던 날이 많이지는 날이 찾아오자 햄버거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사먹을거면 그래도 건강하게 먹자는 생각으로 찾은 곳이 Subway였습니다. 왕복 20분을 열심히 걸어서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해와서 연구실에서 논문이나 책을 읽으며 먹었는데 점심 저녁 두번 나가는 것이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에 가면 바게트빵 하나 통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footlong 사이즈를 늘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점심 저녁을 Subway 샌드위치로 때우던 수많은 날들이 지났습니다. 한학기 두학기 지나며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 그렇게 Subway 샌드위치를 애용하던 날들을 줄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때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그 때 이후로는 Subway 샌드위치를 먹지 못합니다. 오븐에 샌드위치가 구워지는 그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만 맡아도 저는 그 힘들었던 날들이 떠올라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 온 이후로도 가끔 그 냄새를 맡을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명동성당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오랜만에 그 냄새를 맡고 추억을 떠올리고는 이 글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