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아직 한창 박사과정의 끝도 보이지 않던.. 절반 정도도 못 갔던 서른살의 제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 오늘 우연히 되돌아 왔습니다. 그때도 어줍잖게 쓸데없는 말이나 늘어 놓았더군요. 그래도 아이의 아버지로 몇 년을 지내온 덕분인지 나름 의미있게 들렸습니다.
나는 늘 단기간.. 한 5년 이내의 계획만 세워오며 살았던 것 같아. 내가 나이 50이 넘어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행복한 가정의 아빠? 그러면 꼬리를 무는 질문은 행복한 가정의 아빠는 행복할까? 행복한 가정의 아빠도 행복하려면 그 아빠는 무엇을 해야하지? 직장에서 인정받고 돈 잘 벌면 행복할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내가 돈을 벌려고 직장에서 하는 일들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할까? 지금까지는.. 막연히 그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고민을 시작하려고.
1. 행복한 가정 : 아직까진 불화없이.. 가족 구성원들 모두 큰 병치레 없이 지내고 있으니 행복의 범주안에 들 것 같습니다.
2. 행복한 가정의 아빠 : 행복에 겨워 살지는 못하는 요즘입니다만 평균적으로 보면 행복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3. 무엇을 하길래? : 요즘은 일이 좀 버겁다고 느끼지만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계획을 잘 세워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한대로 살고 싶은데 말이죠.
4. 직장에서의 인정 : 직장은 어디나 전쟁터 아닐까요? 누가 누굴 진심으로, 오랜 시간 인정해줄까요? 영원한 동지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The war of all against all!
5. 돈 잘 버는 것 : 다음 생을 노려보겠습니다.
6.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하는 일들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인지 하는 일 자체가 목표가 되는지.. 이 일치도가 최근에 많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정신차리고 살지 않으면 더욱 벌어질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번호 매겨가며 평가를 하고 있는걸 보니 공대생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느껴지는군요. 서른 살에 했던 고민은 중간에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동안 어딘가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