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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보다 더 길었던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by 지우진

오랜 연휴가 끝나고 출근했다. 새벽 2시 25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사실 연휴 때 잘 먹고 잘 놀고 늦잠도 푹 잤던 터라 원래 기상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 지 걱정이 컸다. 그래서 알람을 5분 단위로 5개를 설정해놨다.

나의 출근 시간은 나와의 약속이기에 조금 늦게 일어나도 업무에 지장은 없다. 나 혼자 지키는 다짐 비슷하다. 그렇기에 오늘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진 내가 대견스러웠다. 열흘을 쭉 쉬었음에도 원래 루틴을 금방 되찾은 게 신기하다.


새벽 2시반에서 3시 사이에 기상해서 아내와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10분만에 씻고 출근하는 생활이 벌써 9년 가까이 되어서 몸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나보다. 열흘 정도 쉰 것으로 무너지지 않을만큼.

꾸준히 쌓아 놓은 좋은 습관은 나의 의식이 따라가지 않아도 저절로 내 몸을 움직이는 것 같다.


새벽 3시 15분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열흘 간 쌓인 먼지를 청소하고, 읽던 책을 펼쳤다. 그리고 필사노트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썼다. 만년필로 반쯤 써내려 가던 중 갑자기 끊겼다. 만년필에 잉크는 충분히 들어있는데 마치 없는 것처럼 노트에 글자 자국만 남았다. 내가 열흘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만년필들도 쭉 쉬었던 탓이었다. 만년필은 꾸준히 쓰지 않으면 잉크가 건조되어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잉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곧장 가지고 있는 만년필들을 쭉 꺼내놓고 하나씩 천천히 쓰기 시작했다. 제법 많은 문장을 필사하고서야 모든 만년필이 제 기능을 찾았다.


그제서야 나의 일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름칠 끝내고 다시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 연휴 후유증없이 월요일인 오늘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20251013_제 기능 찾은 만년필들.jpg 제 기능을 찾은 만년필들. 그리고 필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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