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진산업사 김신겸 대표, 100% 생분해원료로 '포장대란' 대안
▲ 국내 최초 PLA 투명 용기 개발에 성공한 성진산업사 김신겸 대표.
생분해성 합성수지(PLA)로도 투명 화장품 용기가 가능해졌다. 성진산업사(대표 김신겸)는 PLA를 ISBM블로우(blow) 공법을 통해 PP의 강도와 PET의 투명도를 갖춘 시제품 생산기술을 확보했다고 4월 1일 밝혔다.
#1 화장품·제약·식품 등에서 PLA용기 요구 급증
김신겸 대표는 “기술적으로 블로우 공정 설비와 금형에 맞는 PLA 원료 생산이 어려웠다. 균일한 재질의 용기 특성을 가지기에는 불안정했다. 5년 여의 노력 끝에 PET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투명 용기와 캡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출처=유튜브 캡처)
그는 “업계에서 개발 소식을 듣고 축하와 격려를 많이 받았다”며 “화장품·제약·식품 등 다양한 업체에서 샘플 요구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있는 바다거북’ 사진으로 빨대의 환경오염이 이슈화 되어 커피 체인점에서도 텀블러와 컵 생산 문의가 잇달아 오고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김신겸 대표는 줄 잇는 상담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대형 브랜드 및 ODM 업체와 1, 2차 검토와 시제품 생산 공정이 진행 중인 만큼 5월쯤이면 ‘화장품 용기+ 캡의 PLA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ISBM 블로우 공정은 원료=설비=금형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특히 PLA의 첨가물에 따라 투명도가 달라지고 재질 강도, 후가공에 어려움이 많다. 여기에 금형비만해도 수천만 원 대인 데다 생산 후 금형 및 기계 설비 청소에 1~2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신소재 용기 개발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게 업계 현실이다.
그리고 사출성형의 경우 사출 용기, 캡, 크림류 등 일반적인 사출성형이 가능하다. 다만, 원터치 캡과 같은 힌지(hinge)가 있는 제품의 경우, 힌지 부분의 ‘끊어짐 발생’으로 현재 ‘원터치 캡’을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용 PLA도 개발 진행 중이다.
▲ 김신겸 대표가 개발한 PLA 용기는 강도는 PP와, 투명도는 PET에 견주어도 손색없다.
#2 환경, 쓰레기 대란의 유일한 대체품 PLA
PLA(Poly Lactic Acid)는 옥수수 전분에 12가지 친환경 원료가 배합된 복합물질. 합성수지(PC, ABS 등)가 포함되지 않고 100% 생분해로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범용적인 물질 특성을 갖춰 획기적 친환경 수지로 평가된다.
김신겸 대표는 ”기존 PLA의 한계(고내열)를 극복하면서 적용범위가 식음료+화장품+제약 용기 등으로 획기적으로 확장됐다. 또 천연식물계 원료 사용으로 국제 원유 가격 변동과 무관해 안정된 가격 공급이 유리하다. 특히 생분해성 수지 사용으로 국내 환경마크 및 국제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생분해성은 매립 시 빠른 자연분해를 말한다. 보통 매립 후 45일이면 분해되기 시작해 퇴비로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PLA 강도는 PP와 비슷하고 투명도는 PET 수준이다. 기존 석유화학 고분자 합성수지에 비해 ①100% 생분해(온도 60℃, 습도 80% 미생물 조건) ②친환경성 ③이산화탄소 저감(74%) ④식물성 성분 ⑤환경규제 대상에서 제외 등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고 소개했다.
성진산업사의 PLA용기 생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작년 5월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이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제조단계부터 재활용이 쉽게 생산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단계적으로 퇴출된다.
제품 설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쉬운 제품 생산이 의무화됐다. 또 △재활용 용이성 평가 △재활용 어려운 페트병·유리병 등 생산자에게 재활용비용(ERP 분담금) 차등 부과 △환경에 유해하고 재활용 가로막는 재질인 PVC 및 유색 페트병 사용 금지 등 조치가 이어졌다. 페트병은 유색→무색으로, 라벨은 분리가 용이하도록 평가 후 개선 권고가 이뤄지며, 2019년부터 미 이행시 제품명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이 올해까지 페트병 무색 사용에 동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신겸 대표는 ”기존 유색 PET 용기는 투명 색깔로만 생산해야 하며 사출 캡과 라벨도 재활용 가능한 동일 재질 또는 분리수거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선 PLA가 유일하다. 그래서 지난 5년 여 동안 PLA의 투명 용기, 캡 생산에 매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 "재활용 부담금을 고려하면 신소재 개발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김신겸 대표는 강조했다.
#3 재활용 부담금 고려하면 가격경쟁력 충분
시중에 유통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산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생분해와 일반 플라스틱을 섞은 것으로 일부는 분해되지 않아 거름으로 쓸 수 없다. 토양오염 우려가 남는다. 유럽에선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PLA는 그런 염려가 없다.
이번 PLA 투명 용기, 캡 생산 성공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신겸 대표는 ”기존 데이터가 없어서 처음부터 개척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으로 공정을 구축해 나가야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계를 개조하고 금형의 코아, 케비티 등도 수정하고, 생산해보고 다시 수정하는 등 고객을 120% 감동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무수한 시간을 보냈다“며 김 대표는 환하게 웃었다.
신소재 용기 개발은 비용과 시간과의 싸움. 하지만 시장에서 오더가 나오지 않으면 고스란히 기업 부담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김 대표는 ”페트병을 찍다가 불량이 나면 폐기물로 가야 한다. 원료 값은 고사하고 폐기 비용이라는 웃돈을 붙여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분해 수지로 용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소재다 보니 다소 가격이 비싸다는 점. 그는 ”용기 생산은 단가 경쟁이다. 재활용 부담금 등을 포함하면 고객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빙산은 물속에 90%가 잠기고 10%만 수면 밖으로 보인다. 기업의 노하우도 90%의 암묵지와 10%의 명시지(매뉴얼)로 비교된다.
김신겸 대표는 ”ISBM 블로우 성형과 사출 캡 성형은 오랜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한 암묵지(暗默知)가 중요하다. 암묵지 기반 위에서 연구하고 데이터화해서 창의성을 더한다. 신소재 개발도 생산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포장대란, 쓰레기 대란이 이슈다. 화장품 용기도 100% 자연분해가 요구되는 등 재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진산업사의 PLA 투명 용기 개발이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