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은 가장 강한 진통제입니다.

마지막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by 가산

이 약은 가장 강한 진통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약입니다.
아버지는
할 수 있는 마지막 처방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한 알을 먹어야 효과가 있는 약을
반에 반으로 쪼개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아버지도 쪼개진 약으로 진통을 견뎌 내셨습니다.

이 약을 다 드리면
아버지를 영영 잃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좀 더 붙들고자 하는 마음이
한알을 다 드리지 못했습니다.

잘 견디시던 아버지도
결국 한알을 요구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 참으며 한알을 건넸습니다.

아버지는 야속하게도
마지막으로 변을 보고 싶다고 하시며
온 힘을 다해 검지 손가락만 한 변을 보시고
편안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우리가 잘한 것일까 생각됩니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놓지 못해
아버지를 더 아프게 해 드린 건 아니었을까?

내가 아버지라면
내가 아버지라면
가족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미안해하신 것 같았습니다.
먼저 가서 남겨두어서...
그래서 쪼개진 약으로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셨을 겁니다.

아버지
서로 미안해하지도, 원망하지도 말아요.
그 마음, 제 마음이 같은 마음이란 걸
이제는 아니까요.


# 이 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2번째 글입니다. 아버지는 48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처음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6개월 선고를 받았지만 저희 가족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죠. 아버지 역시 힘든 항암치료도 견디어 내셨고, 잠시 상태도 좋아졌었지만 워낙 상태가 안 좋았던지라 의사는 아버지께 마지막 처방을 했습니다. 고통을 줄여주는 조치였죠. 가족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이 약에 익숙해지면 정말 아버지를 잃을 것만 같아서였죠. 아버지도 그런 마음이었는지 한알을 다 먹어야 효과가 있는 약을 쪼개서 드시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으셨는데 그것도 오래갈 순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결국 아버지는 숨을 거두셨고, 또 한 참의 시간의 지나 그때 일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아버지께 너무 강요한 것이 아닐까 후회가 들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버지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닐까 후회스러웠습니다. 만일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리울수록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도 다 알면서 참아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남겨두고 숨을 거두신 아버지는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생각해 보니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고통을 겪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