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맞는 3번째 생일
아이가 태어나고 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입장료를 받거나 음식값을 지불해야 하는 나이로 존재감을 나타내고있다.
36개월아기, 아이의 나이는 곧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이 벌써 3년이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엄마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아이를 낳는 것은 굉장히 단단한 부부의 끈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보이지 않지만 그 끈 안에는 책임감, 소속감, 애착 등이 이전보다 더 많이 생기고 있다.
나는 아이의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특정 기념일에 유독 집착하게 만들고 그날에 대한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365일 중에 소중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으랴? 물론 그렇게 생일이나 특정 기념일이 주는 설렘과 특별함이 있다.
션, 정혜영 부부가 생일이나 매 기념일마다 기부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난 이후 물질로 받은 선물보다 훨씬 의미 있고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이에게 자연스레 영향을 미치고, 굳이 가르치려거나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습득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바로 거기 있다. 나도 물건에 애착이 많아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가지고 싶은 물건을 어떻게든 손에 넣기 위해 애를 썼다. 마침내 그 물건을 가졌을 때 누릴 수 있는 행복감과 소유 감은 참 기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음 보았던 그 물건에 대한 기쁨은 온데간데없다.
누구나 이런 경험해본 적 없는가? 물건에 대한 기쁨은 가지는 그 순간에서 거의 끝난다. 그토록 갈망하고 바랬던 물건임에도 물건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짧다. 그렇게 심사숙고를 거친 뒤 물건을 구입했음에도 그 물건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느끼고 나선 더욱 물질이 아닌 경험으로 주고 싶다 생각했다.
지금은 아직 어려 장난감을 가끔 사주기도 하지만 아이가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기간은 단 일주일이다. 큰 마음먹고 사준 것에 비해 허무함마저 들 때도 있고, 장난감이 일회용처럼 변해버리는 순간도 목격한다. 매 순간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는 그날들은 아이에게 물질적인 선물이 아닌 다른 쪽으로 더 경험시켜주고 싶다.
올해 3살이 된 아이에게 '아이가 선물을 사주지 않아 실망하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버리고,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이 생일에 대한 관념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년 생일선물을 사주다가 안주는 것은 실망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경험이나 체험으로 습득된 아이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 첫돌에는 유기견 임보를 하여 약 6개월 뒤 입양을 보냈고, 두 번째 생일에는 유기견 입양봉사단체에 후원을 했다. 그리고 이번 3번째 생일을 맞이했고, 나는 환경 관련 단체에 후원할 예정이다.
남을 꼭 돕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후에는 체험권이나 다른 경험을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
꼭 물질적인 선물만이 정성이 들어가거나 그 사람의 마음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이렇게 경험이나 후원 등을 통해서 느끼는 마음을 아이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