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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Jun 08. 2021

결혼이 달콤할 것이라는 환상

결혼의 로망은 누가 만들었나

어릴 적 내가 보았던 동화들은 모두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정말 신데렐라처럼 결혼 후 나의 미래는 더 장밋빛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이 달콤할 것이라는 환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결혼이란 서로 다르게 살아온 이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생활패턴과 성격이 다른 둘이 만나 한 공간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것, 그 자체로 서로에 대해 상당한 이해과정이 필요하다.


평소 그 사람이 결혼 전 어떻게 생활했는지가 안 봐도 비디오처럼 눈에 훤하다. 주말 밤이면 매일 야식을 시켜먹고, 식사 후에는 양치질을 절대로 하지 않으며 설거지나 뒷정리는 티브이를 다 시청하고 난 뒤에나 한다. 강아지를 씻겨본 적 없다며 단 한 번도 씻기지 않고 회사일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는 주로 잠을 자려고 한다.


나는  이런 줄 몰랐을까? 같이 살지 않는 이상 이런 점이 보이지 않았고, 결혼  연애관계에서는 서로가 최상의 모습에서 최고의 컨디션일  만나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니까.


서로의 단점을 굳이 보여줄 필요도 내가 양치 안 했다는 사실도 말할 필요가 없으니 상대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살면 1분 1초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보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부딪힐 수 있다.


결혼은 한 사람을 이해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해 양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이며 한 배에 탄 이상 계속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보트를 탈 때 한 명이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배가 기울거나 전복될 수 있다. 부부란 작은 보트에서 서로 같이 협동하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나는 그 과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타인들은 나의 안 좋은 점이나 생활습관을 볼 기회가 없으며,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랑은 나에게 대놓고 말을 하거나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한다. 누군가 나에 대해 지적한 적이 없는데 지적질을 당하니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쁘다.


그렇지만 신랑의 지적으로 인해 내가 잘못한 것들을 알게 되는 중이다. 나는 우리 아버지와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간관계, 삶에 대해서 아버지와 깊이 있게 이야기하면서 조금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랑이 나에게 "장인어른 대하듯이 날 대하지 마라"라고 말을 했다.


'내가 우리 아빠에게 어떻게 대했길래 이런 소리를 듣는 거지?'


많이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핀잔을 들은 적이 없는데, 신랑에게 똑같은 대화방식으로 이야기했더니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우리 부모는 나의 짜증 섞인 말투도 이해해주지만 신랑은 받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신랑의 그 말 한마디를 통해 그동안 내 부모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내가 신랑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결혼하고 싶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결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하세요. 라기보다 온전한 나로 충만할 때 하세요!

결혼은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가 아니다. 내가 사랑이 고프고 외로운 사람이라 사랑받는 것이 좋아서 결혼을 했다고 치자. 평생 나만을 바라볼 것 같고 사랑해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예전보다 소홀해질 수 있고 사랑보다 다른 것에 더 치중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깊은 죽마고우 사이로 부부 사이는 자연스레 변한다. 여전히 서로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깊이 있게 사랑하지만 예전만큼 진한 스킨십이나 설렘의 감정은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여자가 외로움을 느끼고 내면에서 항상 목마른 애정결핍을 느끼고 있다면 그 부부 사이는 자꾸만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관계가 된다.


내가 온전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속에 부부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시간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가치관이나 취미를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서로의 곁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나도 애정결핍에 한때 첫눈에 반할 정도로 설렘을 느껴 결혼을 했지만, 나의 내면이 충족되지 못해 늘 부족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내 가정을 비교하며 불행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 욕구가 충족이 되지 못하는 것인데 자꾸 나를 탓하기보다 신랑 탓을 하게 되었다. 신랑집에 돈이 없어서, 시어머님이 자꾸 돈을 빌려서, 신랑이 계속 직장을 옮겨서 라며 나의 스트레스 이유를 신랑 탓으로 많이 돌릴 때가 있었다.


언뜻 보면 정말 신랑 때문에 내가 힘들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조금만 초점 없이 멀리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불행으로 느끼는가? 행복으로 느끼는가? 에 대한 나의 판단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난 늘 불행으로 느꼈고 그래서 우울했고 힘들었다.


지금 나는 그러한 것들을 굉장히 많이 극복했고 이겨 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신랑이 안정된 직장이어서, 신랑이 이전보다 돈을 더 잘 벌어서라기 보다 나 스스로 나의 내면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서이다. 내면을 채우는 방법은 각자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요리를 하면서 내면을 풍요롭게 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명상이나 요가를 하며 내면을 채울 수 있다. 본인이 어떤 것을 할 때 평온함을 느끼는지 기분이 좋아지는지 의식의 흐름대로 해보면 좋다. 내면이 풍요로울 때 결혼을 한다면 상대에게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내면은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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