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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그림에 아빠가 없다

아이의 마음은 괜찮을까?

by 오필리아


예전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그게 아마 6살의 5 월정 도였던 것 같은데,

"아이가 가족그림을 그렸어요"하고 어린이집에 예쁘게 전시되어 있었다.


선생님께서 정말 반갑게 가족그림 율이가 직접 그린 거라고 보여줬는데,

나는 그 그림을 보고 울었다.


그림 속에는 엄마 율, 동생, 아빠가 그려져 있었는데

아빠와 엄마 사이가 꽤나 떨어져 있었다.


지금 우리 둘 사이가 어떻다, 이혼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가 느끼는 우리 모습인 것 같아 미안했다.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었다.




7살이 된 율, 그동안 많이 성장하고 또 많이 컸다.

사실 일도 육아도 살림도 거의 혼자 다 하다 보니, 방치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같이 살았다고 한들 출장이 많아서 아빠의 부재는 많았을 건데

이번연도는 더욱 아빠의 얼굴을 아이들이 보기 힘들었다.


아이아빠가 정말 바쁘기도 했고, 집에 와도 가족이 함께 있었던 게 몇 번 없었다.




아이아빠의 욕을 한다거나 그런 적은 없지만 굳이 내입으로 아빠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괜히 아빠가 이번 주말에 오지 않는데, 말하게 되면 보고 싶어질까 봐,

말하게 되면 마음이 혹시나 아플까 봐!


아빠는 집에 가끔 오는 사람이지만 한번 올 때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간다.

엄마는 잔소리하는 날이 많다면 아빠는 와서 말도 잘 들어주고 간식도 주고 뭐든해주는사람이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은 되었다고 생각했다.



12월 23일 어린이집에서 그려온 산타할아버지그림


엄마, 아빠 항상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를 적은 율


아, 우리 가족을 또 그렸구나!

그렸지만 아빠는 여전히! 엄마와 떨어지게 그렸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7살 아들그림에 아빠가 없었다.

가족그림을 그리라고 하진 않았겠지만!

아이에게 물어보니 엄마, 자기, 동생 그리고 선물 주는 산타라 고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받고 싶은 선물,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 동생이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한다.

"어? 그런데 아빠는 왜 안 그렸어? 나는 이 산타할아버지가 아빠가 산타로 분장한 줄 알았네"


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빠는 집에 자주 안 와서 산타가 우리만 선물을 준단다.

아빠도 선물을 주자 얘기했더니 아빠집에 산타할아버지가 따로 가서 선물을 주는 걸로 이야기를 하는율


뭔가 마음이 이상하다.

예전에 저녁만 되면 "아빠 언제 와?"라고 말하던 그때는 아이가 아빠의 부재를 물어봐서 맘이 아팠는데

지금은 아빠의 부재가 너무 자연스럽고, 가족의 일원으로 포함 안 시킨 것 같아서 또 맘이 아팠다.




둘째의 기억 속에 아빠는 가끔 오는 사람정도겠지...?


혼자서 아이 둘을 매일 케어하고 같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더 이상 나도 애기아빠의 끼니 챙기는 것, 그 외 그의 인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마음으로 잘살기를 응원은 하는데 진심 그 사람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불안, 걱정, 불편한 감정이 있다.



아이도 조금은 지금 우리 셋이 함께 보내는 상황이 더 편하고, 익숙해진 것 같다.


이게 집에 아빠가 온전히 있어서 단 10분이라도 매일 보는 거랑

가끔 오고, 엄마아빠가 싸우거나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말 잘 지내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 왠지 그걸 느낄 것 같다. 아이도...


지금 이 상황들이 아이에게 결핍된 마음으로 자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사랑을 많이 주려고 하고, 사랑한다는 얘기도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해준다.


육아가 어렵기도 하고, 자꾸 아이의 모난 부분을 더 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유별난 행동을 하면 욱하게 된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환경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예민하게 되는 포인트는 이거다.


"쟤는 부모가 누고?"


그 책임의 일부분이 나에게로 돌아갈까 봤다.

내가 질책받을 것 같아서다.


잘못된 행동이나 부주의한 행동 예의가 없다거나 기다리질 못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내 탓같이 느껴져서 순간 욱하게 된다.


아이가 혼자 잘 해내는 것도 많지만 아이를 보면

안된 부분에 대해서 더 혼내거나 주의를 주는 것 같다.


물론 아직 한 1000번은 더 주의 주고 해야.....

고쳐질 작은 생활습관들은 여전히 많다.


아이의 맘에 어떤 것들이 자라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앞으로 나가는 원동력이자 나에게 동기가 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묵묵히 또 이 길을 걸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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