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 후 경력단절이 되어버리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선뜻 복귀하기가 힘든다. 아이가 아프거나 요즘처럼 코로나 시기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날이라도 있으면 더욱이 그렇다. 직장에 다닌다면 그때마다 눈치 보며 연차를 내기도 힘들고, 또 36개월 이전 아이들은 애착형성과 정서적인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엄마랑 함께 하는 게 좋다. 그럼 적어도 3년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전업주부가 된다.
나는 양쪽 부모님 모두 아이를 돌봐 줄 형편이 안되며 신랑, 나 모두 외동이라 더욱더 의지할 곳은 없다. 아이를 돌보는 것을 전적으로 내가 하다 보니 졸지에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집에 있는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서의 내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단순히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찾아가는 시기가 바로 아이를 출산하고 몇 년 사이인 듯하다.
대학 졸업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이렇게 출산과 함께 스탑 되어버리는 삶이 때로는 허무할 때도 있지만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바라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 출산 3일 전까지도 직장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을 해왔기에 지금의 쉼은 나에게 더 특별하다.
이 쉼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바로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듣는 것!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하는 경험은 성취감을 높여주며, 집에만 있던 전업주부에게 또 다른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여러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들었다.
-천연비누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천연화장품 만들기 클래스
-꽃다발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마크라메 작품 완성 클래스
-앙금 플라워 케이크 클래스
.
.
여러 클래스들은 여자들의 손재주와 섬세함이 합쳐진 것들이었다.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는 조금 서툴기도 하고 꼼꼼함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원데이 클래스를 하면서 여성들이 이렇게 취미로,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감을 배웠다.
모든 배움에서 헛된 배움은 없는 듯하다. 오은영 박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시험 점수 몇 점인지 적어보세요"
".... 기억이 안 나....."
오은영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시험 점수가 몇 점 받았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때 시험공부를 위해 노력했던 그 기억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학창 시절 공부 못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름 수학, 과학 등 싫어하는 과목에 대해서도 열심히 노력했고 새벽까지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점수의 유무보다 내가 그때 그만큼 노력한 것에 대한 기억으로 지금 현실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이 계속되지 않게 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것은 꼭 원데이 클래스를 배워보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본인이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운동으로 나를 챙기면 되고, 강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자격증 공부를 하면 된다.
그 노력이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새로운 나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양한 경험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겠지만 내 운명이 조금이라도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경험들은 나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직 나도 여러 클래스 수업을 듣고 여러 모임에 참석하며 나를 찾는 과정이다.
학창 시절 그저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아님을 지금 요즘 시대에 더 보이고 있다. 정해진 직업, 성적순대로 정해지는 직업이 아닌 내가 한만큼의 대가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직업에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 본다.
먹고 사는 것에 문제가 없다면 우리 신랑도, 나도 더 자유로이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지?
그것이 금수저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주어지는 기회이기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이 축적되면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지가 점점 더 기대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