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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Jun 13. 2021

독박 육아의 어려움

독박육아하는 나에게 토닥토닥해주기!

우리 신랑은 잔업이 많고 주말근무도 꽤나 있는 편이다. 거기다 집에서 회사까지 차가 막히면 1시간 거리라 집에 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육아라는 것이 아이가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간다. 옛날에는 한 아이를 온 동네 사람들이 같이 키웠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부모 도움이 없으면 오로지 나 혼자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다. 시대적인 변화와 아파트와 같은 주거환경은 너무나 편리하지만 때론 이웃과의 교류가 덜하니 고립된 환경을 만드는 것 같다.


남편이 집에 오는 시간은 대략 8~9시이며 여기에 주말근무까지 연달아하면 평일 하루 같이 보내는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집에 오면 씻고 밥 먹고 잠시 아이랑 시간 보내면 하루가 끝난다. 유럽의 출퇴근 문화, 또는 출퇴근이 명확한 직장이 정말 부럽다. 국가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장려금에 대한 지원도가 높아지는데 사실 그게 필요한 게 아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나로서 직장에 복귀 또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주 5일 근무, 대체공휴일, 주 40시간 근무와 같은 조건은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누구를 위한 조건인가? 결혼을 하면 저녁 있는 삶, 직장 이외에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랑이 4시에 퇴근한다면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8~9시의 퇴근은 육아에서 그나마 아이 씻기는 것만 도와줘도 많이 도와준 거다. 때론 화가 난다. 집에서 이렇게 스마트 스토어도 운영하고, 부업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요리도 하고, 아이도 돌보고 이것저것 케어는 내가 다 하는 것 같은 억울함이 들 때가 있다. 나도 엄연히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다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 뒤로 신랑이 오기까지 쭈욱 혼자 본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더운 날 늦게까지 일하고 온 신랑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


가끔 신랑과 집안일 관련해서 사소한 다툼을 할 때 내게 하는 말,


 "자기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동안 쉴 수 있잖아?" "어린이집 맡기는 동안 뭐했어?"


솔직히 말하면 내 시간 찾고 싶어서 도서관 가서 책 빌려서 카페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도 만났다. 그게 내 유일한 숨 쉬는 창구니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를 찾는 시간이 너무 없을 것 같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절대 몰랐을 절실한 내 시간 찾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휴식이라는 단어 아래 혼자 있는 시간이 참 그립다. 마음껏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편하게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그때가 그립다.


혼자 독박 육아를 하면 우울감이 오고 무기력해진다. 하염없이 신랑을 기다리지만 1시간이 그리도 길게 느껴지고 이처럼 신랑을 기다려 본때도 없을 것이다. 나의 껌딱지가 잠들기 전까지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려 하는데 30분 놀다 보면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저녁 8시만 되어도 나의 체력은 소진되는데 심지어 아이는 밤 11시는 되어야 자니까 결국 같이 잠들어버리는 날이 많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독박 육아의 문제는 오로지 내가 모든 것을 떠안은 듯한 무게감, 심리적 압박감이 함께 있다. 내 육체와 정신이 쉼 없이 현재에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에서 스트레스가 온다.



독박 육아를 하고 나서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행동은 참 중요하다. 신랑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큰 기대일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신랑은 온전히 부인을 이해하기 힘든다. 가장의 책임감과 사회생활을 하고 늦게까지 돌아온 신랑이 집에 왔는데 아내가 화가 났다? 아마 본인도 충분히 지칠 수 있는 상황이다. 집을 휴식의 공간으로 푹 쉬고 싶을 텐데 오면 부인 눈치부터 봐야 하니 언제부턴가 신랑도 눈칫밥 인생이 되었다.


신랑에게 눈치 주는 여자로 전략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만...


마음이 좁은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독박 육아 후 나를 다독거려본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해! 초등학교 이후 나를 찾지 않고 친구들과 놀려고만 한다면 그때는 얼마나 또 내 마음이 허하겠어? 지금 이렇게 붙어있고 나를 찾는 이 시간을 아낌없이 정서적으로 많이 사랑해주자! 이때의 기억으로 아이는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고 세상을 신뢰하며 살아가겠지!

신랑이 그래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한 덕분에 이번 달에도 월급이 조금 더 들어오네? 우리 미래를 위해서 더 많이 벌어다 주는 신랑에게 고맙다! 신랑이 놀러 간 것도 아니고 회사일이 늦는 거고 회사일이 많은 건데 그걸 이해 못하면 안 되지. 오늘도 수고했어 신랑!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한 시간을 잘 버텨줘서 고마워. 아이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보며  오늘도 잠깐이지만 10분이라도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해.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인걸 알아. 자신을 위해 짧지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해!



오늘 이렇게 좋은 감정으로 마무리해본다.

토닥토닥,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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