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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Jul 03. 2021

나란 여자가 명품이 돼야 하지 않을까?

마음의 그릇, 고마움



며칠 전 나는 뜻밖에 선물을 받았다. 바로 구찌 지갑! 구찌, 샤넬, 버버리와 같은 제품이 명품이라는 것은 알아도 난 그리 관심이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명품을 살 돈이 없어서였다.


명품가방 살 돈이면 차라리 다른 걸 산다.

예를 들어 프라다 가방 명품 진짜가 200만 원인데, 가짜로 나온 제품은 20만 원 정도면 산다. 무려 1/10 정도로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본인만이 '나 진짜 명품가방 메었어!'라고 생각하는 것 밖에는!

아가씨 때부터 월급을 받으면 무엇인가 배우는데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부모님을 챙기는 것으로 돈을 썼다. 명품가방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남자 친구를 만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내가 입는 것, 내가 착용하는 것으로 나를 판단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입는 옷, 착용하는 액세서리 등이 그 사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옷들, 가방, 액세서리류를 구입했고 가격이나 브랜드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기보다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더 선호했다. 나는 정말 누가 선물해준 것도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더 고맙게 받았다. 나에게 마음을 써준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은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로는 사실 부족한 느낌이다.


한 번은 남자 친구가 지갑을 선물해준다고 했다. 비싼 지갑보다 내가 보기에 예쁜 지갑을 사달라고 했다. 그 당시 3만 원 선의 미니 지갑이었는데, 그때 남자 친구에게 했던 말은 "나는 이 지갑이 얼마짜리인지 중요하지 않다. 네가 나에게 준 것이기에 그 가치는 3만 원짜리 이상으로 크다"라고 말했다. 캬~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나란 여자 후훗


그렇게 실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그 지갑을 항시 들고 다녔고 꽤나 오랜 기간 동안 그 지갑을 사용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결혼 후 아이를 낳으니 이젠 지갑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아이를 케어할 짐들을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지갑의 무게라도 줄여야지 라는 생각에 카드 1~2장 겨우 가방에 넣었다. 그런 내가 구찌 지갑을 선물 받다니!


경제적인 사정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진 언니가 내게 선물한 명품지갑이다. 나는 비싼 지갑을 선물 받아서 좋은 것보다 이만한 가격을 다른 이의 기쁨을 위해 투자했다는 그 마음에 너무 감동받았다. 예전에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본인이 부자마인드인지 체크해보려면 명품샵에 가보라고 했다. 갔는데 위축되거나 직원이 붙는 게 부담스럽다면 아직 부자마인드가 아니라는 것!


구찌 지갑을 사준 언니는 결제 건 때문에 다시 구찌 매장에 가야 한다고 해서 같이 갔다. 구찌 매장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가 본다. 안에는 정장을 입은 직원이 있었고 손은 모두 장갑을 착용했다. 구찌 매장 내부에는 4명 정도밖에 들어가지 못했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매장에 들어가서 다시금 구찌 지갑을 구경하고 구찌 지갑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많이 놀랬다. 정말 이것을 받아도 되나? 초록색에 빨간색 줄, 구찌를 표시하는 디자인! 이 작은 손바닥만 한 지갑의 가격이 80만 원대라니!

내가 그냥 받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가격이고 솔직히 지금도 받아도 되나?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직 부자마인드가 되려면 멀었구나. 내가 돈을 담을 그릇이 아직은 작구나라고 느낀 대목이다. 암튼 언니에게 블로그와 관련된 홍보를 대신해주고 소정의 금액을 받고 있었는데, 당분간 그 돈은 정산해달라고 하지 말아야겠다.



구찌 지갑을 받은 다음날, 나는 평소처럼 도서관에 가고 장을 보러 가고 물건을 구매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프라다 가방에서 구찌 지갑을 열어 카드를 꺼내는 내게서 힘이 들어간다. 타인이 구찌 지갑을 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지고, 그럴 때면 내 가치도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래서 명품을 사나?'




대박사건! 난 지금까지 전혀 명품가방에 대한 욕심도 없고 지갑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들고 다니지 않던 여자였는데, 구찌 지갑을 여는 내 모습에서 힘이 느껴졌다.

평소 프리하고 신축성 좋은 데일리 한 의상을 입고 프라다 가방에 구찌 지갑을 들었을 뿐인데! 나 혼자서 머릿속에 (프라다 가방은 100만 원짜리고 구찌 지갑은 80만 원이야! 조심히 들고, 야무지게 챙겨!라고 생각한다. 그 가방과 지갑을 드는 것 만으로 상대가 날 좀 더 대우하는 것 같은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뭔가 나도 결국 이 자본주의 사회에 명품이 나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 꽤나 씁쓸하지만! 선물 받은 가방과 지갑을 계기로 나는 나 스스로가 더 명품이 되고자 다짐한다.


뭐 추후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정말 부자가 되어도 내가 명품을 내 돈 주고 사는 일은 그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분명히 안다. 이 구찌 지갑이 주는 행복과 가치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대신 내가 부자가 된다면 나를 도와준 지인들에게 이렇게 먼저 명품지갑을 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넓은 마음, 크게 쓸 수 있는 그릇을 가지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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