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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Jul 27. 2021

조현병 엄마 코로나 이후 정신병원 재입원기

엄마의 조현병 증상들을 보면서 나는?

엄마의 입원이 내게 낯설지 않다.

벌써 몇 번째 입퇴원을 반복한 우리 엄마.


그냥 이제는 짠하고 불쌍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 이후 일상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복지관이나 종교에서 하는 활동마저 줄어드니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엄마에게는 바로 직격탄이 온다.


기후위기나 이런 감염병에 따른 영향은 우리 엄마와 같이 소외된 약자에게 더 큰 타격을 받는다. 그나마 일주일에 2~3번씩 가는 교회에서 하는 모임, 목사님 말씀 아예 듣지 못하고 복지관에서 간혹 정신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다. 부모님의 집 근처에는 축제나 행사를 많이 하는 공원이 있지만 역시나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었고 엄마, 아빠가 즐길 수 있는 거리는 없어졌다.


나도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심보로 엄마에게 자주는 가지 않았는데, 그러한 모든 것들이 엄마에게 영향을 미쳐 엄마의 증상이 더 심해 진건 아닐까 죄책감도 든다.


불안과 환청,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의 꼬리들이 엄마를 괴롭히고 짓누른다. 거기에 나이가 들면서 요실금이 오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존감마저 바닥이 되는 듯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나이 들면 다 그래, 요실금인 사람 정말 많네!" 라며 엄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할 일이 없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엄마는 거의 본인의 생각과 마음이랑 싸우는 듯하다. 한날은 엄마의 불안이 극도로 달해 아버지에게 욕설을 하고 약을 과도하게 많이 먹기도 했다. 정신과 약을 한 번에  6알씩 먹었기에 큰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병원에서는 자기네 병원에서 처방받은걸 먹거나 또는 농약 같은 게 아니라서 위세척을 안 해주었다. 다행히 그렇게 과다 복용했음에도 자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은 괜찮았다.


엄마를 보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나도 불안해지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다시 입원하게 된 계기는 엄마의 언어적인 폭력이 너무 심해져서이다. 아버지가 옆에서 듣고 있기 힘들 정도로 여러 친척들의 욕, 불만 등을 쏟아내고 심지어 병원 간호사에게도 욕을 해서이다. 아프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땐 정말 천사같이 착한 엄마인데, 엄마의 그런 모습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조현병 입원은 코로나 이후 더 어려웠다. 지금 너무 증상이 안 좋아서 입원을 시키려고 해도 코로나 검사 이후 음성 확인이 되어야만 입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그렇게 입원하게 되면 면회도 되지 않으며, 엄마 역시 더 자유로이 내부에서 움직일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정신병원 자체가 원래 폐쇄적인 공간이고 간호사실과도 좀 분리된 느낌이 드는데, 코로나 이후 더 폐쇄적인 느낌이다. 증상이 안 좋아지고 아버지도 너무 힘들어하셔서 입원을 하게 되었지만 감옥에 엄마를 넣어두고 온 기분이 든다. 사회적으로 조현병은 여전히 안 좋은 시각에서만 보이고,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복지사각지대처럼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자기네들만의 문제로 놓이게 되어 평범한 하루조차 보내기 힘들다.


실제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 및 환청에 시달려 스스로를 괴롭혔다. 특히 망상으로 색상, 인물 등 여러 사물 및 관계에 대해 왜곡하는 사고를 하였다. 이런 가족과 함께 하는데 어찌 정상적인 하루 일과가 되겠는가?


지난 30년 넘는 시간을 조현병 엄마 밑에서 자라왔으면서도 조현병 증상은 여전히 내게 낯설고 두렵다.

정신병의 유전 퍼센티지도 생각보다 많은데 나도 가끔 엄마를 보고 있을 때면 정신병이 올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썬 그냥 내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엄마를 낫게 할 수 있는가? 없다.


그렇다면 엄마에게 최대한 정신적으로 지지를 해주려면 내 정신부터 강해야 한다. 엄마의 증상에 나도 똑같이 무너지고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엄마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정신력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나는 남들보다 스스로 강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남편보다 더 뗄 수 없는 관계가 부모-자식과의 관계인데 나는 엄마에게 유일한 딸이자 어찌 보면 버팀목이기에 좀 더 성공하고 강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면서 밀려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조금 내려놓을 필요도 있는데 그게 잘 안되어서 명상을 하고 마음공부 유튜브를 보는듯하다.


언제쯤이면 더 단단하고 성숙해질까?


한걸음, 한걸음 지금처럼 나 아가다 보면 엄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편해지겠지?


-엄마 정신 입원한 지 7일 차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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