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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May 14. 2021

경험을 통한 배움에 대해서

누군가는 겪고 있을 고통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우리의 어린시절은 자기중심적이다. 굉장히 나밖에 모르고 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고,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부딪히고 깨지는것을 경험하며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나는 20대보다 30대가, 30대 초반보다 바로 지금, 공감하는 정도가 더 깊어졌다.

특히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 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부터 내 부모세대까지 그 이해의 폭은 더 커졌다. 뉴스기사에 나오는 여러 기사들은 내 이야기같고, 눈물이 나오며 기사에 나온 부모가 된듯 같이 가슴 아파한다. 


나는 조현병 엄마로부터 20년넘게 커왔다. 그렇기에 나의 무의식 저 깊은 어딘가에는 건강에 대한 염원이 늘 있다. 남들보다 좀 더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아프다보니 나에 대한 교육, 구체적인 엄마의 철학없이, 그저 시간따라 세월따라 10대가 되고 20대가 되었다. 왠만해선 엄마의 아픔을 원망하지 않으려 하지만, 왜 우리엄마는 이런것을 가르쳐주지 못했을까? 에 대한 원망은 있다. 


최근에 알게된 인연은 마치 꿈에서 본듯한 나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가족의 화목함을 지녔다.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너무 티없이 맑고 깨끗하다. 엄마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친인척도 도란도란 하며 가족애가 좋다. 매주 금요일에는 할머니와 엄마 셋이서 데이트를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곳을 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 진짜 이상적인 가족을 보고 있는 듯하다.


열등감보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그 인연을 바라보게 된다. 만약, 저 사람도 나와 같이 엄마가 아팠다면 지금처럼 저렇게 긍정적이고 반듯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경험을 너도 겪었다면, 너는 어떻게 했을까?


우리집은 이상적인 가족과는 거리가 멀다. 일하고 있는데 수시로 전화해서 불안하고 못견디겠다며 "너는 아픈데 없나?, "너는 괜찮나?" 이 말을 내게 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다.


우리 가족에게서 대화란 그저 엄마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나는 결혼을 해서 따로 살아서 매일 엄마의 조현병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지 않지만 혼자서 감당하고 있을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늘 정서적으로 불안한 엄마밑에서 크다보니 남들보다 나 역시도 불안한 정도가 높고, 잔걱정이 많다. 내가 이렇다는것을 알고 있다보니 스스로도 더 내 내면에  집중하고 치유하려한다.


기본적으로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쉽게 긍정적으로 되는건 힘들지만 이렇게 불안을 느끼며 부정적으로 사는 삶은 원하지 않는다. 지난 세월동안 엄마를 보며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했다.


나에게 갑자기 이상적인 가족의 삶이 주어질 순 없지만, 엄마의 조현병은 나에게 인생의 교훈,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세라고 하지만 언제죽을지 모르는 우리 모두가 순간순간을 살고 있다.


예전에는 왜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이지만, 조금 미성숙하고 조금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엄마가 나에게 만들어준 환경으로 배운것도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 사람이 행복해보이고 좋아보여도 그안을 들여다보면 아닌경우도 허다하다. 연예인들 중 일부는 빛날듯한 인기와 명예,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살을 한다. 반짝여보이는 삶도 본인은 크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당사자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 고통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느냐, 행복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도 크다.


조현병 엄마에게서 내가 얻은게 있다면 내면의 중요성이다. 엄마도 결국 본인의 내면을 정화하고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없었기에 지금 조현병이 쉽게 낫지 않고 있다. 


삶에서 위기나 큰 가정의 불화가 오면 멘탈이 흔들릴 수 밖에 없고, 괴로워 죽고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고통은 영원히 지속될것 같아도 지속되지 않는다. 본인이 고통으로 안고 갈지 경험으로 안고갈지를 결정해야한다. 


20대시절에 남자친구가 없었던 시절이 없었다. 부모로부터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불안정하다보니, 내 마음속 외로움을 남자로 달랬다. 내 내면에 더 집중해야 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싫었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느낌이 좋았었다. 영원할것 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 여러 이별을 경험하며, 내 안에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은 절대 다른 상대가 해결해줄 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낳고는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나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안에 나를 경험하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우선, 나를 사랑해야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픈 엄마밑에서 내 자존감은 흔들렸고, 내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이전보다는 내 삶이 변화됨을 몸소 느낀다.


진정한 행복은 이 내면이 얼마나 충족한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지금껏 이런 가정환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왔기에 모두에게나 일반화될 수 는 없다. 


누군가는 나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 말하는것을 보고 나에 대해 말한다.


"날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왜이러는지 알아?"


정말 직접적으로 겪지 않으면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이런사람이였어, 라고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다.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말하는것은 잠시 귀를 닫자.

내 내면에서 하는 소리에 집중하자.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이전보다 더 성장하기를.

내 경험을 나누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삶을 살기를.



  




#경험 #조현병엄마 #조현병 #내면 #집중 #행복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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