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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Aug 15. 2023

조현병엄마 약은 그냥 영양제 먹듯이 먹어야 한다.

뒷감당은 자식의 몫인가..?

조현병은 죽을 때까지 단약 하지 말고
영양제 챙기듯 계속 먹어야 한다.
 
과거에 괜찮아졌던 적이 있어서.. 또 괜찮아진다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조현병은 끊임없는 재발을 하기 때문에.
 
이게 40년 넘게 조현병을 앓아온 엄마를 지켜본 딸의 답이다.

이젠 엄마의 조현병이 걱정되는게 아니라
엄마의 남은 여생에 내가 병수발할 생각 하니 걱정된다.

나는 정말. 중학교 때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도
대학교를 휴학 했을 때도
결혼을 결정했을 때도
결혼식 당일에도
임신을 했을 때도
아이를 출산했을 때도

엄마에게 쉽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왜? 엄마에게 이야기못해? 라고 의아함을 품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조현병은 그렇다.
작은 소식 하나에도 피해망상, 과대망상이 들려 이상한 생각을 한다.
그 망상으로 인한 피곤함을 느끼고 싶지 않고, 그걸로 인해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나 이혼한거 모른다.
외삼촌이 돌아가신것도 모른다.
아빠가 암에 걸려 수술할 때도 아빠가 아파서 수술하는 건 알아도 그게 암이었는지는 이후 알았다.
 

정말 말 못한다. 입이 떨이지질 않는다.
그 말로 인한 후폭풍이 연이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감당하기가 더 힘들다.
 
엄마가 그걸 듣고 받아들이는 현실보다 그로인해 나타나는 엄마의 증상을 보호자인 아빠와 내가 견디기가 힘들다.
 
그냥 우리 가족은 그랬다. 사건에 대해 엄마에게 알리는 것에 용기가 필요했다. 
최근에 뉴스기사를 보면 흉흉하다. 이 사회가 흉흉하고 대부분 정신치료를 요하는 조현병환자들이다.
조현병환자에 대해 더욱이 안좋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또 한 번 형성된 듯하다.
 
정신과전문병원이 아니면 요양병원조차도 쉽사리 입원하기 힘들다.
혹시나 모를 공격성이나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요양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에 요양등급을 받게 되어 요양보호사가 우리 집에 온다. 그 덕에 나의 심리적인 부담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사회 보고 책임져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립되는 환경을 알고 처우개선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신병환자와 같이 있는 건 사람을 굉장히 피 말리는 일이다.
사람이 몸이 힘든 건 견뎌도 정신적으로 힘들면 견디기가 힘들다.
아픈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같이 기가 빨리는 일이다.
기분과 감정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40년 넘게 약을 먹어왔으니 장기간 복용하다 보니 약물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
손떨림, 눈 풀림, 멍함, 정신없음, 극단적 인태도(신들린듯한), 등등 다양하게 증상과 부작용이 섞여있다.
 
이혼하는 시기동안은(6~7개월 정도)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잘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딸의 힘듦을 알아서 부모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와 짐이 되게 하기 싫었다.
 
거기다 우리 엄마...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그리고 아빠.. 평생을 엄마 옆에서 보호자로 있어서 이미 지친 사람인데.. 
 
내가 잘되고 내가 행복한 모습이어야 내 부모님을 봐도 좋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도 내 부모를 챙길 여력 따윈 없었다.
그저 매일을 버텼을 뿐..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찾아가질 않았다.
이혼을 하고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아직 모르심)
 
아빠와는 결혼하고 친구처럼 편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근데 아..... 엄마 어떡하지?
 
예전에는 증상이 없을 때의 엄마모습은 그래도 엄마인 것 같았는데,
이제 우리 엄마는 더 이상 증상이 없을 때조차도 괜찮은 엄마모습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정신없어 보이고, 얼빠 져 보이고, 상식적으로 이해불가능한 행동들을 한다.
당연히 소통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소통은 하지 못한다.
 
돌 된 아기한테 참외를 씨도 바르지 않고 준다던가, 갑자기 저쪽 방에 가서 나오지 않는다던가..

딸이 손자들 데리고 왔는데 손자에게 인사조차 없다. 그냥 쳐다볼 뿐이다.
 
딸과 엄마사이의 대화도 없다.
엄마가 더 안 좋아졌음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그냥 원래도 엄마가 좋진 않았지만, 같이 안 살아서 심하다고 못 느꼈지 
이렇게 마주 보니 확실히 더 심하다.


엄마는 이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먹어야 잠을 자고, 그렇게 일정한 수면패턴 속에 증상을 반복할 뿐이다.
 
조금 괜찮다고 방심하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증상이 과도하게 심해져 공격성을 띄기도 한다.
그 공격성에 대한 부분은 같이 살고 있는 아빠가 감당한다.
 
엄마가 앞으로 남은 여생을 지금처럼만이라도 유지하면.. 좋을 텐데
아빠가 언제까지 엄마 옆에서 보살펴주진 못하니까
 그 여파가 언젠간 나에게 오겠지...
 
지금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보면
최근 몇 년 안에 일어난 일들은 나를 죽도록 힘들게 했지만,
너무나 좋은 기회들이 매번 찾아온 것을 볼 수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비록 흙수저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마지막순간까지 딸내미를 고생시킬 부모님은 아닐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의 각오는 해야지. 내 부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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