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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Nov 01. 2023

남들의 시선에 사로잡히지 말자

남이야 뭐라 하든 이젠 더욱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남들의 시선이 무서웠다.

그냥 보이지 않지만, 나를 보면 이혼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도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얼마 전 엄마의 병원 진단서에는 우울증, 파킨슨, 조현병 등

상세불명의 조현병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수면장애
기타 약물유발 이차성 파킨슨증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이렇게 쓰여있었다.


아 나 진짜 엄마가 아픈지 안 아픈지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괜찮은지부터 확인하는 게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었다.


그랬지! 그런 생활들이 이어져서

나도 모르게 남눈치를 많이 보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이제야 정말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주체적인 삶이 인간이 제대로 경험하고 가야 하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이어오지 못했다고 느낀 건

'이혼하기까지 내가 참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상대가 없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구나.

상대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것들...?


미리 이혼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혼이란 게 굉장히 거대하고

엄청난 것처럼 보여서, 두려움과 불안 무서움이 나를 가로막았던 것 같다.

서류적으로 최종 정리된 지 벌써 10개월

이젠 알겠다. 생각보다 괜찮고, 생각보다 견딜만하다는 거!


어찌 보면 아이들을 위해 연락도 하고, 가끔은 웃으며 얘기도 해서인지

마냥 그 이혼이 내게 있어 이제 슬프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만든 무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앞으로 못 나가고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부딪혀보니 별거 아닌데,


아 딱 그거네!

아이가 예방접종주사 너무 무서워해서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맞고 나니 눈물도 안 흘리는 첫째 보면서

우리의 두려움이 더 극한 공포를 만드는구나.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삶이다.


너와 내가 만나 둘이 되는 결혼은

나와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人 서로 기댈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


나 역시 평생 혼자 살기는 솔직히 싫지만 지금의 삶은 좋다.


모순적이지만 음.. 이제야 내가 나를 위해 사는 느낌이다.

물론 아이들이 있어 내 시간이 많이 없긴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니 편하다.


남들의 시선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정말로,

남편의 빈자리로 인해 내가 이런 게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나를 인정해 주는 시간들을 지내왔다.


인공지능과 온갖 편리한기술이 도래하고, 세상은 간편하고 쉽게 바뀌는데

인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지 내면에 나라는 중심을 곧게 세우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통해서 좀 더 내 내면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내가 가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월 300만 원 신랑이 벌어오고 내가 100만 원 벌어도 400만 원이면

정말 알차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평범한 가족, 평범한 삶을 생각했던 나는

더 이상 그게 꿈이 아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가 아니다.

난 이미 부모로부터도 나름의 힘듦을 경험했고,

남편과의 신뢰가 깨져 더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미래는 제대로 바꾸고 싶었다.


이대로 사는 게 아니라, 일정 월급이상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해외에 주기적으로 나가면서 여행도 하고, 봉사도 하는 삶

더 큰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뭐, 막연한 것 같기도 하고 두려움도 든다.

무섭고, 매달 돈 내가 못 벌면 우리 애들은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이 또한 실제 겪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두려움의 크기가 더 큰 것이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방황할 겨를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 하기 바빴다.

사채업자가 오늘 우리 집에 찾아온다고 협박받은 날에도 오후에는 택배를 싸야 했다.

무서워서 옆집 언니네 자기도 하고, 그랬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독촉도 받지 않고, 누군가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신경 쓸 사람이 없다는 건 정신적인 피로도가 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그때의 피 말리는 느낌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어떤 삶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인간답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좌절보다는 괜찮음을 더 경험시켜주고 싶다.

못한 것보다 잘한 거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부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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