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는 것은 머리를 맑게 해준다.
잠을 자는 것이나, 샤워를 하고 난 후의 기분과 비슷하다. 아니 대부분 그보다 더 좋다.
땀 흘리는 시간은 분명히 나에게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출발선에 설 용기를 내어준다.
그래서 5년 전부터 나는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고, 7년전에는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수영과 요가를 배우고 시작했다. 눈이 새하얗게 덮인 설산은 정말 아름답다. 단풍이 우거진 알록달록한 산은 또 어떨까. 싱그러운 초록빛이 드리워진 여름산은 산뜻하고 눈이 시원하다. 그리고 산을 오르내리며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본다. 함께 한 친구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는 그 어느때보다 정직하고 우리 마음을 그대로, 정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산에서 나누는 대화는 술을 한 잔 하고 나누는 대화보다도 더 솔직하게 느껴진다. 정상에서 먹는 김밥과 컵라면의 조합은 화룡점정이다. 특히 1년에 두 번씩도 다녀오기도 했던 한라산은 우리 나라의 모든 여행지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빼앗아간 아름다운 곳이다.
땀을 흘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산을 내려오면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기분좋은 피로함이 다리로 전해진다. 기분이 좋다. 정말로 개운하다.
특히 회사일이 잘 안풀리거나 보통은 대부분의 고민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럴 때의 특효약도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거의 99% 효과가 있다. 1%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잠'만이 해결책인 경우다. 운동화를 신고 차분히 걷다보면 그래 뭐 해결되겠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은 없다. 지금 이 시간조차 고민하는 데에 쓰지 말자. SNS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로 정보수집이나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보는 편인데 연예인 소유진의 인스타그램에서 본 문구도 기억이 난다. 오늘의 고민은 내일 하자. 이렇게 머리 속은 짜여진 프로세스에 나를 넣고 기승전결로 문제를 해결해간다.
하다보면 이 과정도 단련하듯 점점 시간이 짧아진다. 일어나자마자 1분만에 '오늘은 즐거운 하루가 될거야' 라고 다짐한다던가, 아무런 해결책도 없는 회의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괴로울 때에도 회의실을 나서면서 '이 회의는 그냥 지워버리자.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이런 식으로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올 때도 마찬가지다. 잘 쉬었으니 나는 또 다음 일주일을 잘 보낼 수 있을 거야.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고, 내 선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많이 고민하지 않는 현명한 한 주를 보내보자.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꼭 지키고, 나를 필요로 하는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많이 더 정성스럽게 도움을 주고, 챙기고, 사먹기보다 내가 만들어서 먹는 그런 한 주를 보내보자.
이렇게 꽤 기특한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일요일 저녁은 아주 평화롭게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