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없는 일요일

책을 읽으며, 집안일을 하며 보내는 주말

by NY

일요일이다.

아니 일요일 저녁이다.


TV는 식사를 할 때에만 잠시 틀었다.

집안 청소를 하고 냉장고정리를 하고 이불빨래를 하며, 가스레인지까지 말끔히 닦아낸 후 개운한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소설책 1권을 읽다 잠이 들었다.

9번의 일. 어쩐지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서점에서 빠르게 읽고 집에 왔던 것 같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이번에는 지인에게 추천받은 철학책이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제목을 보고 '그래, 나는 어쩐지 곯아떨어지도록 피곤했던 날을 빼면 늘 괴물과 함께 잠을 자는 느낌이었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정도 책을 읽다가 문득 브런치에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TV를 보지 않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적인 시간보내기가 아닌 누군가가 사유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보는 능동적인 시간보내기이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쓸쓸함보다는 골똘히 집중한 뒤의 말끔하고 정리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일부러 핸드폰을 멀리하고, 주기적으로 어플이나 광고를 삭제하고, 생각없이 유튜브나 sns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소비적인 시간보내기 후의 뭔지 모를 헛헛함이 싫어서이다.


꼭 생산적이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은 집안일을 한 뒤의 말끔히 정돈된 기분, 무언가에 집중했을 때 나오는 듯한 도파민이 생성되는 듯한 좋은 기분을 준다.


나는 의식적으로 내가 하고자하는 대로 시간을 보냈을 때 가장 편안하다.


때로는 멍하니 있는 시간도 필요하긴 하지만 자주 그 시간이 서너시간에서 반나절이 되고 하루종일이 되기도 해서, 의식적으로 그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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