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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예수가 감탄한 사람들

by 이상현 변호사

예수는 하나님이자 사람이다.


예수가 ‘완전한(참) 하나님, 완전한(참) 사람’이라는 믿음은 451년 칼케돈 공의회 이전부터 있었다. 참조로 예수가 이 땅 에 있을 때 그를 ‘하나님’이라고 부른 사람은 도마(토마스)가 유일하다(요20:28). 시몬 베드로도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렀을 뿐이다(마16:16, 막8:29).


스스로 사람의 아들(Son of man), 곧 인자(人子)라고 부른 예수를 성경은 눈물 흘리고(요11:35), 놀라며 감탄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성경에서 예수가 놀라는 장면은 세 번(마8:10, 막6:6, 눅7:9), ‘오’라고 감탄사를 쓴 장면(헬라어 성경 기준)은 다섯 번(마15:28, 마17:17, 막9:19, 눅9:41, 눅24:25) 나온다.


이 중 실망하여 놀라거나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감격하거나 긍정적인 원인으로 놀라는 장면은 모두 세 번이고, 대상은 두 명이다. 이들은 가나안 여자와 로마 백부장으로 공교롭게도 모두 이방인이다.

예수를 감격하게 한 가나안 여자를 마가복음(7:26)은 시로페니키아(수로보니게) 출생의 그리스 사람이라 기록한다. 이하 가나안 여자에 대한 예수의 말을 좀 더 상세하게 기록한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마15:21~28(새번역)

21예수께서 거기에서 떠나서,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 22마침, 가나안 여자 한 사람이 그 지방에서 나와서 외쳐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 딸이, 귀신이 들려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23그러나 예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 때에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간청하였다. “저 여자가 우리 뒤에서 외치고 있으니, 그를 안심시켜서 떠나보내 주십시오.” 24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 25그러나 그 여자는 나아와서, 예수께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주님, 나를 도와주십시오.” 26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27그 여자가 말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 28그제서야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 바로 그 시각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예수는 가나안 여자에게 냉정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라고 하자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마15:28)


다른 성경은 예수의 이 말을 이렇게 번역한다.


개역개정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공동번역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새한글 오, 자매님, 자매님의 믿음이 대단하군요! 바라는 대로 그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가톨릭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KJV “O woman, great is thy faith: be it unto thee even as thou wilt.”

NASB “O woman, your faith is great; it shall be done for you as you desire.”

ESV “O woman, great is your faith! Be it done for you as you desire”


영어 성경엔 한결같이 감탄사 ‘O’가 보인다. 그렇다면 헬라어 성경은 어떨까?


헬라어 Ὦ(오) γύναι(귀나이), μεγάλη(메갈래) σου(소우) ἡ(헤) πίστις·(피스티스) γενηθήτω(게네테토) σοι(소이) ὡς(호스) θέλεις(델레시스)


영어 성경과 동일하게 Ὦ(오)가 보인다. 고대 그리스어 사전은 Ὦ(오)를 이렇게 정의한다.


1. 오!

2. [절의 처음에 나타나 감격을 표시]

마15:28, 롬2:1, 갈3:1

3. [감격이나 감정 없이 사용되는 경우]

행1:1, 18:14, 27:21

예수는 여인의 말에 ‘오’라고 감격하며 대답했다. 마치 여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오’라는 한 글자(헬라어, 영어, 한글 모두 한 글자다) 안에 가나안 여인을 향한 예수의 마음이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이렇게 헬라어 성경에 있는 한 글자를 빼지 않았다면, 해당 장면의 맥락이 좀 더 분명해졌을 텐데 개역개정을 비롯한 한글 성경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가톨릭 성경과 최근 나온 새한글 성경이 이 점에선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완전한 사람, 예수가 웃는 모습은 성경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감격하여 가나안 여자를 바라보는 예수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으리라 상상해 본다.


PS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는 만일 성경 독자가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모를 경우 영어 성경이라도 다양한 번역본을 함께 읽는다면 원어에 가까운 성경 읽기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힘입어 필자도 성경을 읽을 때 다양한 영어 성경을 함께 읽으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선교할 때 쓰일 수 있다는 막연한 바람도 한몫 거든다.


필자는 성경 앱으로 유버전(YouVersion ; bible.com/ko)을, 영어 번역으로 NASB, ESV, CSB, KJV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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